필름카메라에찍힌여름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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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15:44조회 90댓글 6RmN
— … 선아, 우리 같이 도망칠래?

개같은 한국 입시에 얘가 드디어 미쳤나? 어차피 나고 한우주고 둘 다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어서 딱히 입시에 진심인 것도 아니긴 한데,

— 같이 도망가자고? 네가 레제야?

그렇다고 여기가 만화 속인줄 아는 건가, 고1 정도면 중2병은 끝난 거 아니었어?

— 그건 아니지만… 그냥, 마지막은 가장 친한 친구랑 있는 게 좋잖아?

— 또 이상한 소리 한다. 이다음은 전생 얘기라도 하려고? 사실 우리는 천 년 전에 일본에서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다가 2000년대가 되어서 다시 일본에서 뭐 연인이 되고 어쩌구저쩌구.

중학교 1학년부터 계속 얘기하는 그놈의 전생이 어쩌고…

— 이상한 얘기 아닌데…

무언가 말하려는 듯 한우주의 입이 달싹거리다가 멈췄다. 누가 봐도 교칙 위반인 치렁치렁한 피어스나 달고 있는 귓바퀴인데 얼굴이랑 하는 행동은 또 고딩답지 않게 퍽 귀엽다.

— 그냥 놀러가자고 하는 거면 놀러가자고 해. 같이 여행을 안 가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별 의미는 없었다. 쟤 혼자서 보내면 99.99%로 실종신고된다. 한마디로 한우주 쟨 길치다, 그것도 매우 심각한. 그리고 한우주는 중학교 1학년부터 함께한 친구니까.

그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약속대로 우린 바다로 향했다. 뭐 동해고 서해고 딱히 상관은 없지, 바다면 되잖아? 라는 나, —유선—의 제안과 그를 그대로 실행한 한우주의 P력으로.

물이 차 있는 어항에서 금붕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신난 듯 그 자리를 계속 배회했다.





얼굴에철판깔고지엘쓰기
자컾환생에유… 기억있는 한우주 기억없는 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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