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담은 희망이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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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1 21:56조회 62댓글 2Y
이미 꺼져버린 불꽃에 새 생명을 붙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무뎌져 버려 붙잡고 있는 동앗줄마저 이미 끊어진 지 오래인 그것에 희망을 읊조려야 무엇할까. 전부 의미도 남지 않은 허항된 짓이라고 생각했다.

무엇 하나 해내는 것 없이 흐르는 대로 살았다. 숨이 붙어있으니, 오늘도 살아갈 뿐이니. 새로운 경험을 쌓아간다는 그 과정에 의문을 품을 그 지경에 이르렀다.

마시는 물 한 잔에도, 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던 햇볕마저 어린 시절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았다. 꿈을 꾸는 게 전부였던,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마음에 가득 차 당연한 것까지 전부 아름다움에 적신 것 같았던 나날들에 한껏 취할 것만 같아서.

내 몸과 마음까지도 그 깊은 곳에 가둔 채, 붙어있는 숨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음?”

꿈을 꾸었다. 이 꿈마저도 내게는 익숙해져야 할 공간이 되었다. 한동안은 눈을 감으면 몇 번이고 다가온 현실에 거짓이라 말하며 바라고 있던 것이, 이제서야 나를 반기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꿈이라는 걸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 상황에 의문을 가졌다. 내 눈앞에 나타났던 건 어린 시절의 나였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함께 뛰어놀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내 얼굴에는 지금의 무기력함, 그리고 사라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즐기고 있던, 그런 어린 내가 어색하게 보였다.

이미 부딪혀 더 꺾일 것도 없는 내가 피어난 꽃 같은 그 시절의 나를 보니 괜히 원망스럽게 다가왔다. 지금의 나를 탓하며,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의 생각은 품지도 않고서 탓하기만 하는 것이.

나는 그저 이 꿈이 빨리 깨기를 바랐다. 신은 동앗줄이라도 내려주려던 걸까, 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미 희망을 놓아 더 잡을 것도 없는 생물에게 뭣 하러 생기를 불어주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어린 내가 다가왔다.

방금까지는 보이지도 않는 것만 같던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그 아이의 눈에 내 모습은 없었는데, 지금은 내 모습을 그 눈망울에 가득 담고 있었다.

“아직 너의 삶은 끝나지 않았어. 이대로 포기할 거야, 너는?“
”나는…“

순간 거대해져 눈 앞을 감쌌던 그 아이의 역광을 끝으로 눈을 뜨자 현실이었다. 의아함을 가득 품은 그 꿈이 깨어난 것은 안심이었지만, 기이한 그 아이의 물음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끝나지 않은 삶, 흐르는 시간. 나는 그 곳에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걸까. 그 물음은 나를 더욱 깊은 생각으로 끌어들였다. 작은 행동 하나에 모든 것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나의 불씨가 되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그 아이의 비누 향에 고개를 저었다. 그 물음에 아니라는 뜻을 표현하며 다른 마음가짐으로 눈을 뜰 뿐이었다.

그리고, 꿈 없는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 달라진 것은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새 희망을 품은 이 마음에 햇살을 가득 담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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