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느낌 좋은 글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러는 것일까요. 서점 매대에 떡하니 나와있음에도 사람들은 절 보고 그냥 지나치곤 해요. 제 안에 어떤 이야기가 들었는지, 어떤 이름없는 작가의 사랑이 담겼는지 들추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눈에 끌리는 다른 이들을 찾아 눈을 돌린답니다.
다른 이들의 평가가 좋을 때 좀 더 노력하지 않았던 탓이라고 스스로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무어라 말하려다 그만둔 듯 작게 벌린 입은 분명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 거예요. 녹음이 가을 낙엽색으로 물들고 모두의 품에서 군밤 냄새가 날 때에 기어코 다시 최고점에 도달한 그 글을, 저는 좋아하니까요.
물론 남들의 평가 따위 신경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그 폭언에서 어떤 썩은내가 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다시는 그 글에 닿지 못할 정도로 저 멀리 차버려도 좋아요.
표지를 바꾸기 전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좀 좋아졌다구요? 천만에, 그런 말로 내숭떨지 말고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해도 되지 않나요? 어차피 인쇄된 그 얇은 종이 속에 갇혀 일생을 맴돌아도 닿지 못할 말들이니까 이리 말하는 거예요.
인쇄된 글자 중 단 두 글자, 초판이라는 이름을 가진 절 찾게 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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