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호, 문 열어주세요!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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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0 00:40조회 44댓글 2설꽃비
@ 설꽃비 _ 25 / 07 / 20



똑똑.

똑.

똑똑.

"저기요-? 아무도 안계세요? 아무도 없나... 안되는데-"

문 밖으로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 그간 우리 집에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지? 저 사람, 아무것도 모르나? 그럴 수가 있어? 이 아파트에서 날 모르는 사람은 없었는데.

...아, 다 됐고 갔으면 좋겠다. 그냥 돌아갔으면.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5분이 지나도록 그의 혼잣말은 지속됐고, 방음이 더럽게도 안되는 이 아파트가 그녀는 미웠다.

한동안 말하지 않아 마르다 못해 거칠거칠한 입술을 열었다. 가라고 하려던 참이였다. 따가운 느낌을 받았다. 고통스러웠다. 입술이 찢어진듯 했다. 그러나 별 것 아니였다. 그녀의 허벅지에 그었던 붉은 선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냥 가세요..."

거실에서 무언가 놓쳐버린 듯, 망연자실하게 앉아 작게 속삭인 그녀의 목소리는 밖의 남자에게 닿지 않았다. 그가 뭐 이렇게 자신에게 집착하는지 궁금함과 동시에 자신의 무력함에 겁이 났다. 밖으로 나가 그에게 가려던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자신의 무력함이. 그리고 그가 떠나갈까 봐. 또 혼자가 되어버릴까 봐. 문을 열려고 뻗었던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러나 가장 그녀의 머릿 속을 지배했던 생각은,

또 내가 사람을 죽일거야.

그 때, 돌아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없으신가. ...아닌데. 그래도, 저 기다려볼게요. 아, 오늘 말고요. 이 떡은 꼭 전해드리고 싶거든요."

그의 말이 끝나고 점점 줄어드는 발소리에 안도감을 느끼고 그녀는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괴로웠다. 괴로움과 동시에 놀라웠다. 자신이 그 애 말고 다른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씨익 미소지었다. 입술을 움직이자 또 다시 입술이 터져 피가 났다. 괜찮았다. 왜인지 기분이 묘하게 전과는 달랐다.

그치만 혜림아. 절대 내 기분이 좋아졌다던가, 행복해졌다는 건 아니야. 정말이야.

***

이사 첫 날 기념으로 옆집 사람들에게 시루떡을 돌렸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왜인지 시작이 좋은 듯 했다. 시루떡을 모두 돌렸다. 602호만 빼고. 602호에는 누가 살까? 누가 살길래 그렇게 안나왔지? 에이, 아무도 없었던거겠지. 하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명확하게 들려왔던 한 여자의 기어들어가는 희미한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방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과연 그곳엔 누가 살까.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뭐, 같은 집 이웃인데 언젠가는 만나겠지. 언젠간.

그러나 그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602호의 문은 열리는 날이 없었다. 밥은 먹고 사는지, 밖에 나오지 않고 어떻게 사는건지 날이 갈 수록 궁금증만 늘어갔지만 매일매일이 바삐 흘러가는 그의 하루에서 602호는 그저 그 많은 시간 중 일부에 불과했다.



By. 설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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