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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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1 22:41조회 62댓글 1Garri
1900년과 3000년 사이에 태어나고 죽은 그는 xxxx의 총리를 죽였다.

총리를 죽인 총은 세속적인 무기상한테 1000원 정도 주어도 살 수 있을 법한 저렴한 소총이었다. 경찰들이 훗날 조사를 한 결과, 그 총은 겉으로 보이는 고급진 외형과는 다르게 독일의 명품 총을 하는 회사인 J. P. Sauer & Sohn의 것이 아니었다. 어둡게 진 그림자 사이 현실이 구현하지 못한 표현들을 군데군데 보면 얼마나 허접하게 명품 총을 흉내 냈는 지 알 수 있다. 그 총에 그려진 총리를 지키던 장군 K가 평소 애용했고 그 날도 자신의 오른 팔 근처에 놓았던 Gewehr 98에 비하면 볼품 없기 짝이 없다.
그는 그까짓 저렴한 총으로 총리를 죽였다. 저만치 건물에서 말이다.
그렇기에, 총리 곁에 있던 장군 K는 자신이 가진 총으로 그를 죽이지 못한데 거대한 안타까움을 품고 자꾸만 Gewehr 98의 방아쇠를 만졌다. 방아쇠가 미녀의 눈을 뜨고 K에게 거짓을 불러 주었다. 거짓은 오르골 소리가 났다, 자신의 본능을 감고 감아야지 겨우 들리는 달콤한 소리였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모든 소리가 허접한 사기극임이 밝혀졌다. 방아쇠 또한 사기극을 부르는 것일 뿐이였다. 그저 사기극을 부르는 방아쇠일 뿐이다, 한낯 방아쇠. 한낯 방아쇠. 한낯 방아쇠. K의 본능이 사랑하고 이성이 증오한 한낯 방아쇠.
하지만, K는 여전히 방아쇠를 만진다.
미녀를 만지는 손보다 무서운 건 방아쇠를 만지는 손이다. 총을 만든 이와 당긴 이가 함께 만들어 내는 가장 끔찍하고 기이하며 속 시원한 소리였다.
눈을 뜨면 들리는 기자들의 질문 소리에 다시금 일어난 K는 본인의 몸을 토막 내어 강가에 버리면 아무도 오지 못할 것을 알았다. 강가에 난 핏자국 만이 K의 비겁한 도주를 슬픔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K는 장군이다. 장군은 도망치지 않는다. 죽을 일이 있으면 마지막까지 검을 내려 놓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총검의 검을 빼어 상대에게로 겨눈다. 총은 총알이 다하면 못 쓰지만, 검은 날이 무뎌지면 못 쓰지만, 장군의 영혼은 다 할 수 없는 오아시스의 샘물이었다. K는 스스로의 비겁함을 향해 달리는 겁에 질린 눈을 용맹함으로 찌르고 애써 밖을 나온다. 무덤덤한 K의 입꼬리는 아주 약간 내려가 있었다. K는 모든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모든 기자들의 모든 답에 대답을 하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K의 미세하게 흔들리는 다리가 겨울의 삭막한 바람을 맞이하자, 어항에서 풀려 난 금붕어처럼 기자들은 달려 왔다. 기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짐승을 하나 고른다면, 기필코 턱의 힘이 좋은 물고기 하나를 고를 것이라 K는 다짐하였다. 먹이를 물면 놓지를 않고, 한 번 물에 풀려 나면 멋대로 헤엄치는 기자들은 더 이상 전통이 매겨 놓은 기자의 본분을 따르지 않았다.
기자의 첫 질문이 시작 되었다.
“총리 각하께서 돌아가실 때, 범인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건물이다. 옆에 있는 호텔 원 애프터 어나더였다.
K는 말하지 않았다. 언론의 왜곡이 두려운 장군의 순수한 몸짓이었다.
K는 기자들과 모든 군중들이 남의 장례식에 가는 모습이라는 듯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K 만이 유일하게 흰 옷을 입은 사람 같았다. K는 흰 와이셔츠와 베이지색이 약간 섞인 회색 코트를 입었다. K를 사교회에 초대한 장군들이 요청한 드레스 코드였다. 총리의 장례식에 맞추려다 드레스 코드를 어기기는 싫어 옷을 이렇게 입었다. 그리고, 총리의 장례식은 범인이 잡히고 바로 다음날이었다. 장례식이 벌어질 위치는 장군들의 농담대로면 범인이 있을 감옥 바로 옆이다. 총리가 죽을 따는 한없이 울다가 사적인 자리에만 가면 이를 가지고 만들 농담이 떠오르다니. 하여간, K는 도저히 이 국가의 문화에 적응될 수 없었다. 독일에서 온 절도 있는 귀족 취급을 받는 K는 사실 독일 귀족이 아니었다.
어쩻거나 차에 올라 탄 K는 장군들 간의 사교회가 열리는 건물로 들어왔다. 건물은 흰 벽과 금빛 장식들이 어우러져 궁궐을 흉내 낸 티가 나는 곳이었다. K는 어서 차에서 내려 건물로 가려고 하였다. 그랬다. 그건 확실하다.
그리고,
2 차례의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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