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노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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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18:43조회 59댓글 2sweetpea_ysy
어느 계절은 영원히 봄이 되지 못한다.
해는 떴지만 따뜻하지 않았고,
꽃은 피었지만 향이 없었다.

그해 4월, 봄은 그렇게 멈췄다.

누군가는 책가방을 맨 채,
누군가는 장난을 치다 웃은 채,
누군가는 졸린 눈을 비비다,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도 조용하게 무너졌다.

그날 이후,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었다.

그 위에 떠 있는 배들은 그저 교통수단이 아니었고,
뉴스 속 숫자들은 사람이었다.
웃고, 울고, 사랑하고,

꿈꾸던 누군가였다.

한 사람이 사라진다는 건,
한 세상의 끝이었다.

작은 손글씨로 적어놓은 꿈 하나,
사진 속 삐뚤빼뚤한 미소 하나,
무심히 넘기던 교과서의 낙서 하나.

그 모든 것이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어떤 시간은
아무리 흘러도 괜찮아지지 않는다.

슬픔은 굳어지고,
기억은 눌려지고,
외면은 반복된다.

그러나 잊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그날은 계속 살아있다.

무언가를 잊지 않는다는 건,
그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이다.
기억은 슬픔의 다른 이름이지만,
또한 가장 단단한 다짐이기도 하다.

그날, 너무 일찍 멈춰버린 시간 안에
분명히 살아 있던 아이들이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친구를 부르던 목소리,
몰래 초콜릿을 나누던 손길,
가족에게는 투정으로만 남았던 말들.

그 모든 소소하고 평범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가장 눈부신 기억이 되었다.

꽃은 아직도 핀다.
하지만 어떤 봄은
늘 노란색이다.

눈부시고, 아프고,
그래서 더 지워지지 않는 색.

이 봄에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는
잊지 않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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