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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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12:38조회 57댓글 4ne0n.
여름은, 여름처럼 왔다 가버렸다. 정말 ‘여름처럼’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시작은 뜨거웠지만, 끝은 언제나 고요한 외로움만이 남았다.

너와 내가 처음 마주한 날,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향기로웠다. 우리는 그 계절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그땐 모든 계절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모른 채로 함께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웠던 우리의 온도는 점점 식어갔다. 서로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조금씩.

유리잔 속의 얼음처럼 조금씩 녹아가고 있었다.

“우리의 계절은 끝났나 봐.”

그 한마디가 내게 처음으로 들려줬다. 무너진 여름의 소리를.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도 손끝에는 너의 체온이 남아 있었고 눈을 감으면 그날의 바다가, 그날의 노래가. 또 어제의 우리의 웃음이 다시 피어올랐다.

“여름처럼 왔다 가네.”

너의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맴돈다. 햇살처럼 따뜻했는데, 지금은 그게 작별의 인사였다는 걸 알아버렸다. 사랑도 이렇게, 계절처럼 스쳐가는구나. 아무리 붙잡아도 시간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고, 기억들은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결국에 끝에 남는 것은 없었다.

얼음이 다 녹은 유리잔처럼, 우리의 기억도 투명하게 비워졌다.

너는 한때 나의 여름이었고, 나는 네 안에서 한 계절을 통째로 살았다. 그 뜨거웠던 순간들이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슬픈 거야, 그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웠다는 사실이.

멈춘 밤하늘에는 별이 달리고 있었고 그 아래 나는 혼자였다. 나는 여름을 밀어내고 있었다. 여름에 널 사랑한 것은 서로에게 얼룩을 남기기에, 아주 멀리 밀어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남아버린 그 여름의 잔열이 내 마음을 데웠다 식히기를 반복했다. 익숙했던 이름을 마음 속에서 천천히 밀어내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안녕, 여름”

@ne0n. :여름은 계절이자 너니까
IU- 바이,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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