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루(班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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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2 11:22조회 15댓글 0김혜월
새벽 안개가 천천히 걷히고 있었다.
버려진 공원 벤치 위에 소년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어젯밤 누군가가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소년은 조각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 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흐릿했고,
눈가에는 말라붙은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흘린 건 아니었다.
누군가의 눈물이 조각에 스며 있었을 뿐.

그는 조각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쉽게 부서지고,
왜 이렇게 쉽게 흩어지는 걸까.

바람이 불었다.
벤치 아래에서 또 다른 조각이 굴러 나왔다.
그 표면에도 작은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눈물이
한밤중 같은 자리에서 나뉘어 흘러내린 것처럼.

소년은 조각들을 모아 한곳에 두었다.
붙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흩어진 마음을 모으듯이.

새벽빛이 조각 위에 닿자
물자국들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그 순간 소년은 깨달았다.
이건 슬픔이 아니라,
누군가가 버티기 위해 흘린 눈물이라는 걸.

사람들은 그런 눈물을 반루(班淚)라 부른다.
나뉘어 흘렀지만,
어딘가에서 서로를 닮아 있는 눈물.

ꔚ 작가의 말
_ 반루(班淚) 는 '나누는 눈물' 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

ꔚ 작가 큘 링크
📎 https://curious.quizby.me/hx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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