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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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30 00:23조회 88댓글 3천진
滿潮 상태인 바다가 메말라 발밑이 허하고 그 봄부터 바닷물에 절어있던 운동화는 여전히 모래사장 위에 남겨져 있다.





소녀는 나와 반년 정도를 알고 지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반년의 사람이 죽으면 어느 정도로 슬퍼합니까? 나는 보통 사람이 되어본 적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죽음으로 인해 슬퍼할 만큼 애지중지하는 사람도 없어 속절없이 울어버린다면, 소녀는 나한테 있어 별이 되는 것입니까? 수도 없이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별임에 소녀는 마침내 다시 태어나겠지요. 이번은 이왕이면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면 좋겠습니다. 나는 보통 천명 없는 것들에게 정을 붙입니다.



봄을 사랑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할 것입니다. 정확히는 발음을 위해 벌린 입 사이로 더운 여름 습기가 들어차고 봄 바다의 일부가 내 숨을 막아 버둥거리는 상태겠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소녀의 생일은 사 월 이십구 일이었습니다. 천문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명쾌한 봄입니다. 봄에 잠식되는 건 꽤나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말끝마다 물음표를 붙이고 거짓말을 뱉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사실을 정의하고 흔히들 말하는 참됨 같아 사지가 비틀려 터져버리고 말 겁니다. 짧게 깎은 손톱 주변은 얼룩덜룩한 혈흔 자국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속인 나는 진실을 확인하려 합니다. 소녀가 죽은 이유를, 여름의 뒷면을, 봄을 사랑한 저주를, 혹은 내가 죽은 것인지를. 사실 우주가 뒤집혀 하늘에는 바다가 뜨고 봄이 널브러져 바다로서 울렁이고 소녀가 죽지 않은 것이라면, 내가 그제야 죽은 것입니까? 소녀는 휩쓸렸고 나는 남았습니다. 나의 죽음을 확인해 줄 누군가가 없습니다.



진부하지만 사랑과 죽음에 대해 떠들어 보려 합니다. 나는 한평생 사랑이 우주를 떠다녀 함께 길을 잃고 영영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대도 뺨을 붉히며 웃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아직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동등한 사랑 없듯이, 불안정하고 자칫하면 흠뻑 젖어 우주인지 심해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곳에 빠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면 기꺼이 숨을 내어줄 수 있다는데 나는 아직 그리 사랑하는 존재가 없었나 봅니다. 나의 손으로 직접 피부를 도려내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필요하다면 나의 숨을 가져가십시오.

나에게서 사랑이라는 말이 쉽게 쓰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별에게나 사랑한다고 하지 않지만 나는 봄을 사랑합니다. 또한 우주를, 波濤를 사랑합니다. 혹은, 소녀···. 나는 소녀를 사랑했던 것입니까?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별이 몇 가지가 있습니까? 희소가치를 떨어트리는 사랑을 나는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사랑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오래 걸리더랍니다, 사랑. 사랑은 고이 모은 나의 일부분이니 모두를 조각낼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숨을 잠시 멈춰 작은 포말에 담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찢어져 흩어지고 부서지다 다시금 하나가 되는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게 참 재미있습니다.

나의 사랑은 여러 번 죽습니다. 밀려오고 떠나갑니다. 내가 익사합니다. 매번 다신 오지 않을까 타들어가기를 반복하고 비로소 눈앞에 있다며 목 놓아 울어버립니다. 내가 오랫동안 죽지 않음으로써 내린 결론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사랑은 무모함과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한 건 나와 당신 그리고 소녀는 언제든지 무모해집니다. 사랑이 멍청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단지 무모함인 것뿐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랑은 멍청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무모함이 반복된다면 그것이 멍청함과 동일하다는 걸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바닷물이 차오릅니다. 처음에는 모래사장을 적시더니 그것은 내 복숭아뼈까지 삼켰습니다. 봄 바닷물은 일 년 사계절에 어느 때보다도 시리고 나의 피부를 뭉개 없앨 듯 波濤를 울렁였습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너무 추우니 죽지 마십시오. 이 또한 찰나의 착각이 될 수 있습니까? 나의 온도와 반대인 여름은 이질감이 들고 봄이라면 나의 모든 것을 심해에 담가 얼려버릴 듯 비통합니다. 겨울에는 선득선득한 하늘이 지속됩니다. 滿潮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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