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0 17:36•조회 136•댓글 27•@x0u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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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어기없이 울리는 핸드폰의 알람소리는, 매번 나를 단번에 깨우지 못 했다. 나를 말로 타이르지도, 때리지도 못 한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들어오시면 말로도 타이르시고, 때리시기도 한다. 나를 침대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게 할 유일한 방법은 할머니께서 깨워주시는 방법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준비하던 나는 어느새 갈 시간이 다 되어 뛰어 나가려던 참에 뒤에서 나를 향한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가야, 밥 한 숱갈 먹고 가. 안 그럼 배고파. ”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그 때의 나는 사춘기 때문이였을까, 지금 못 가면 지각이란 압박 때문이였을까 버럭 화를 내곤 뒤도 안 돌아보며 집을 나섰다.
- 아.. 씨 지각인데 왜 자꾸 밥 먹고 가래.
한창 성장기를 겪고 있던 나는 가족보단 친구, 애인이 좋았고 가족은 내게 언제나 뒷전이었다. 가족은 내가 크면 클수록 잔소리가 늘어났고, 친구나 애인은 같이 지낼 수록 행복이 늘어났다. 그러니 내겐 가족이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요즘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가보다. 방금 말 해준 말을 까먹질 않나, 요리하는 방법도 점점 잃어가고 계신다. 그래도 나는 별 신경쓰지 않았고, 가족과의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 아가야, 할미 앞에 시장 좀 갔다 오마. 아가, 먹고 싶은 건 없니? “
할머니께서는 굳게 닫힌 방을 바라보며 문 넘어로 자신의 목소리가 손녀에게 닿길 바랬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말을 무시했고, 답이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쓸쓸히 시장으로 향했다.
12시가 다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를 생각하던 나는 결국 잠을 이기지 못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께서 나의 잠을 당연하단 듯이 깨워주셨다. 어제 밤 늦게 들어오셨나보다.
“ 아가, 거실으로 나와봐. 할미 선물 있단다.. ”
눈을 비비며 나간 거실 테이블에는 형태가 조금 뭉개진 생크림 케이크가 있었고, 그 옆엔 작은 편지가 놓아져있었다.
“ 우리 아가.. 18번째 생일 축하해. ”
할머니는 나를 보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어보이셨다. 핸드폰을 보니 친구, 연인에게는 축하한다는 메세지가 단 하나도 와있지 않았다. 내 생일을 챙겨준 사람은 내가 가장 못되게 굴었던 우리 할머니, 한 명뿐이였다.
———————————— 𝑇ℎ𝑎𝑛𝑘 𝑦𝑜𝑢 ♥
사랑을 받는 법 (1) - end.
- @x0uu.g \\ 백 소 영
< 여담 >
안녕하세요. 이번 퀴바미 소설계 신입 작가 “ 백 소 영 ” 이라고 합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첫 글인데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아 참, 소설 피드백 받습니다. 댓글에 피드백 남겨주시면 하나하나 빠짐없이 읽어 고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