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5시 4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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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21:59조회 35댓글 2EIEI 🫶
새벽 공원엔 늘 비슷한 냄새가 맴돌았다.
젖은 흙, 물 안개,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숨결 같은 것들.
지윤은 그 시간의 공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 공기를 가르며 뛰어오는, 한 남자를.

처음 본 건 한 달 전이었다.

•••
공원 입구 쪽, 가로등 밑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그 남자.
군더더기 없는 옷차림, 귀에 꽂힌 검은 이어폰,
그리고 마주친 순간 아무 일도 없던 듯 스쳐 지나가는 표정.

그 뒤로, 그는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나타났다.
5시 40분.
하루도 어기지 않았다.

지윤은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에만 눈이 떠졌다.
처음엔 우연이었다고 믿었다.
두 번째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부터는, 알았다.
그 남자를 보고 싶어서 나오는 거라는 걸.

운동복을 입는 손이 빨라졌고,
신발 끈을 묶는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음은, 늘 그와 마주칠 만한 시간에 맞춰졌다.

우린 말을 나누지 않았다.
마주치면 고개를 가볍게 숙였고,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몇 초의 눈맞춤이 하루 종일 마음을 붙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윤이 평소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날.
그 남자는, 공원 입구 벤치에 앉아 있었다.
늘 혼자 뛰기만 하던 그가, 멈춰 있었다.

지윤이 다가가자, 그가 먼저 일어섰다.

:: 오늘은 좀 늦으시네요.

그제서야, 지윤은 알았다.
자신만 그 시간을 기다린 게 아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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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8. 금 작성
@eiei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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