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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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5 16:23•조회 87•댓글 0•자울자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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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하루를 지나던 나는 문뜩 떠올랐다.

언제부턴가 내가 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너무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하고. 어쩌면 너도 같을지도 모른다고 합리화하면서.

나 혼자 이별을 준비했다.

​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을 들어가 보니 그녀는 자고 있었고, 나는 잠시 옆에 앉아 그녀의 작은 숨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무료한 삶이 잠시 잊혀지는 순간이었다.

새삼 그녀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구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아마 그녀는 모를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어떤 얼굴로 일을 하고 말을 하는지, 매일 어떤 기분으로 집에 들어오는지.

나도 그녀의 하루를 모르는 것처럼.

​

우리는 언제부턴가 대화가 줄었고, 얼굴을 마주보는 일도 없었다. 서로의 피곤한 얼굴을 보며 대화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내게 주어진 짐들을 나누어 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

그래도 마지막에는 깨어있는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싶다. 우리의 마지막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그런 이기적인 소망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인 걸 아는 나는 다시 지친 몸을 일으켰다.

내일은 그녀에게 내 거짓을 말해야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눈에 담았다.

​

다음날,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말했다. 고개를 들고 차마 얼굴을 볼 용기가 없다.

예상과는 다르게 조용한 그녀,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그녀의 얼굴을 내 두 눈에 담았을 때, 나는 그 기분을 말로 할 수 없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랄까. 태어나서 처음 느낀 끔찍한 기분이 온 몸을 잠식했다.

​

그녀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손은 어색하게 들고

나를 잡으려고 했었다 보다. 결국 잡지 못한 것 같지만.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

내가 그 공기를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 매일보던 천장이 일렁여 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 그때, 슬며시 내 옷 끄트머리를 잡아 당기는 느낌에 나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잡은 건지도 모르게 조심스러운 그 손길이 원망스럽다.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인 것만 같아.

​

나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그녀를 타박했다.

이래서 너가 싫다고, 다 네 탓이라고..

부디 내 목소리의 떨림을 모르기를 바랐다.

내가 하는 말들이 우리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걸 알지만,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

내 말을 전부 들은 그녀가 손에 쥔 내 옷을 놓고, 고개를 숙였을 때도

나는 두 눈을 뜨고 그 작은 몸을 바라보았다. 울음 참는 일은 내게 너무 익숙한 일이라 티만 나지 않았길 바랐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전부 내 탓이라는 거, 그녀는 아직도 나를 좋아한다는 거, 사실 나도 아직 그렇다는 거.

그저 나의 힘듦을 그녀에서 털어버린 거라는 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

그녀가 있던 자리가 사라진 마음은 차갑고, 공허했다.

당장이라도 잡고 싶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내가 그녀를 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서, 나는 내 짐을 그녀와 나눌 능력이 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가만히 그녀를 놓아주어야 했다.

​

​

언젠가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을 때,

그땐 정말로 마지막까지 아름답기를 바란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테니

네가 행복하기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앞으로는, 영원히.

나와의 시간은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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