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jaul…여느 때와 같이 하루를 지나던 나는 문뜩 떠올랐다.
언제부턴가 내가 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너무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하고. 어쩌면 너도 같을지도 모른다고 합리화하면서.
나 혼자 이별을 준비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을 들어가 보니 그녀는 자고 있었고, 나는 잠시 옆에 앉아 그녀의 작은 숨소리를 들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무료한 삶이 잠시 잊혀지는 순간이었다.
새삼 그녀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구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녀는 모를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어떤 얼굴로 일을 하고 말을 하는지, 매일 어떤 기분으로 집에 들어오는지.
나도 그녀의 하루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부턴가 대화가 줄었고, 얼굴을 마주보는 일도 없었다. 서로의 피곤한 얼굴을 보며 대화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내게 주어진 짐들을 나누어 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는 깨어있는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싶다. 우리의 마지막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그런 이기적인 소망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인 걸 아는 나는 다시 지친 몸을 일으켰다.
내일은 그녀에게 내 거짓을 말해야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눈에 담았다.
다음날,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말했다. 고개를 들고 차마 얼굴을 볼 용기가 없다.
예상과는 다르게 조용한 그녀,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그녀의 얼굴을 내 두 눈에 담았을 때, 나는 그 기분을 말로 할 수 없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랄까. 태어나서 처음 느낀 끔찍한 기분이 온 몸을 잠식했다.
그녀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손은 어색하게 들고
나를 잡으려고 했었다 보다. 결국 잡지 못한 것 같지만.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내가 그 공기를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 매일보던 천장이 일렁여 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 그때, 슬며시 내 옷 끄트머리를 잡아 당기는 느낌에 나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잡은 건지도 모르게 조심스러운 그 손길이 원망스럽다.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인 것만 같아.
나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그녀를 타박했다.
이래서 너가 싫다고, 다 네 탓이라고..
부디 내 목소리의 떨림을 모르기를 바랐다.
내가 하는 말들이 우리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걸 알지만,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내 말을 전부 들은 그녀가 손에 쥔 내 옷을 놓고, 고개를 숙였을 때도
나는 두 눈을 뜨고 그 작은 몸을 바라보았다. 울음 참는 일은 내게 너무 익숙한 일이라 티만 나지 않았길 바랐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전부 내 탓이라는 거, 그녀는 아직도 나를 좋아한다는 거, 사실 나도 아직 그렇다는 거.
그저 나의 힘듦을 그녀에서 털어버린 거라는 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있던 자리가 사라진 마음은 차갑고, 공허했다.
당장이라도 잡고 싶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내가 그녀를 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서, 나는 내 짐을 그녀와 나눌 능력이 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가만히 그녀를 놓아주어야 했다.
언젠가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을 때,
그땐 정말로 마지막까지 아름답기를 바란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테니
네가 행복하기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영원히.
나와의 시간은 뒤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