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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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5 10:00조회 47댓글 1유하계
1945년 8월 15일.
비로소 나는 서른이 되었고, 형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아니, 형의 나이를 넘긴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거리에서 일본어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다들 집 앞으로 나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일본어를 대강 해석할 수 있었으나, 이번은 아니였다. 두루뭉술하게 통치권을 포기한다- 와 비슷한 내용이였으나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하나 둘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뜻을 알아챘다. 이토록 기다려왔던 광복이, 오늘 되었구나.

아아, 형님. 보고 계십니까? 형님이 그토록 바라던 광복이에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니 저도 조용히 있으렵니다. 모두가 기뻐할 때, 저 또한 같이 기뻐하고 싶습니다.
형이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행복해 했을 것이었다. 뜨거운 눈물이 눈에서 볼을 타고 아래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___

며칠이 지나고, 내가 잠에서 깼을 때 바깥은 아수라장이였다. 정확히는, 축제와도 같았다. 시끄러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기뻐할 수 있구나! 어머니는 방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행복의 눈물이리라. 밖에 나가고 싶었으나 어머니에게 다가가 안아드렸다. 어머니도 나와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계실터였다. 형님, 보고싶습니다.

1919년 3월 1일, 나는 4살즈음이였고 아무것도 모를때였다. 그저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들이 못된 사람임을, 그러나 그들에게 어떠한 보복도 해서는 안됨만을 알고 있었다. 그런 나의 신념이 깨부서졌던 날이였다.

"형아, 어디 가아?"

"...탑골 공원에 갈거야. 위험하니까 오려거든 잠깐 보고 바로 가."

탑골 공원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대한 독립 만세-!! 라는 커다란 소리들이 들려왔다. 나의 형도 그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형 또한 소리를 질렀으며, 나도 어눌한 발음으로 형을 따라했던 기억이 조금이나마 있다. 형은 비로소 내가 생각이 났는지 뒤돌아 내게 시선을 맞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내 어깨를 붙잡고 집으로 돌아가라며 타일렀다. 시간이 너무 지난 지금, 형의 얼굴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 말만큼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찬아, 이 곳은 위험하다. 형이, 형이 얼른 돌아갈테니까... 너 먼저 가있어라. 돌아오지 말고 서둘러 가. 가서...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있고... 아니다, 얼른 가라."

"형아, 싫어어... 나도 형아랑 있을래!"

"제발, 찬아. 형아가 너 따라 갈게. 앞장 서야지, 찬이가... 응?"

눈물이 섞여 떨리는 목소리로 형은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형에게 울지 말라 말하곤 탑골 공원의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이따금 몇 번씩 뒤돌아 형이 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돌아오지 말라던 형의 말이 생각 나 눈을 꼭 감고 달렸다.

달리던 와중 커다란 총성이 들렸고 뒤를 돌아보자 아까 전만해도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했던 탑골공원은 피바다가 되어있었다. 와중에도 사람들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 중에는 나의 형도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다시 그 곳으로 어머니와 돌아갔을 때 형은 이미 일본군에게 총을 맞은 뒤였다. 어머니의 서글픈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형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눈만 감고 있었다.

영원히 16살에 머물게 된 나의 형이여.
부디 그 곳에서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 곳은 조금 살만한가요? 아버지를 만나 좋으신가요? 살아계실 적 언제나 제게 아버지 얘길 해주셨었잖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 나이가 삶을 끝맺을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때 나도 그 곳으로 가 이 곳의 얘기를 형님께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___

ep.07

By. 유하계

보잘 것 없는 글이오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모든 애국지사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지금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언제나 마음 속 깊이 담아두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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