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7 01:49•조회 55•댓글 2•해윤
비가 무섭게 내리던 밤이었다
순찰을 돌던 나는 강가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위태로워 보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목걸이를 움켜쥔 채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바라보는 그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누군가가 서 있는 듯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었다.
비는 더 거세졌고
한기가 살갗 깊숙이 파고들었다.
“거기 위험합니다!”
내가 소리쳤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
아니,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순간 얼어붙었다.
그의 표정 때문이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갈망하던 사람을
드디어 만난 듯한 얼굴.
그의 손끝이 허공의 무언가에 닿는 듯 떨렸다.
그리고 그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됐어.”
그 말이 끝나자
그의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어깨가 휘청였고
그가 잡고 있던 목걸이가
땅에 부딪혀 작은 소리를 냈다.
나는 뛰어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비 안개 속에서
나는 분명 또 다른 실루엣을 보았다.
그녀의 윤곽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형체
그 남자가 손을 내밀던 바로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그 형체는 서서히 물러나더니
비 안개 속으로 녹아 사라졌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음 날 아침,
남자의 시신은 강가에서 발견되었다.
손에는 낡은 목걸이 하나.
그리고 젖어 찢어진 쪽지가 한 장.
쪽지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너는 결국, 나를 따라왔구나.”
나는 그 글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남자의 필체가 아니었다.
⸻
그 이후 강가에선
비가 오는 밤마다
누군가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밤 그녀가 남기고 간 눈동자를 떠올린다.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던
그러나 누군가를 여전히
붙잡고 있는 눈.
그리고 나는 묻는다.
정말 그를 데려간 게
그녀였을까?
아니면
그가 이미 스스로 그 끝을 선택했던 걸까?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날 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용 많이 구려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