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팔아요 || Episod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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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10:23조회 86댓글 13조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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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 문이 열리자, 종소리가 길게 울렸다.
문턱을 넘은 건, 움츠러든 한 여자였다
그녀는 낡은 손가방을 꼭 쥔 채, 목소리를 낮췄다,
“웃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구석의 유리병을 꺼냈다.
병 속에는 해질녘처럼 부드러운 색을 띤 그림자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이 그림자는 오래전 당신이 잃어버린 겁니다. 하루 동안만 돌려드리죠.”

그날 오후, 그녀는 시장을 걸었다
누군가의 아이가 손을 흔들었고,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랐다.
분식집 앞에서 김이 오르는 떡볶이를 보고, 코끝이 간질거렸다.
길모퉁이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자, 그 웃음은 마침내 목소리가 되었다.
그녀의 그림자는, 마치 춤추듯 발밑을 따라다녔다.
다음 날, 그녀는 상점에 돌아왔다.
“이 그림자 덕분에, 제가 누군지 조금은 기억난 것 같아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병 속에 그림자를 돌려놓았다.
문이 닫히자, 병 속 그림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마치 다시 돌아갈지 말지 망설이는 것처럼.

어떤 그림자는, 주인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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