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하며 피를 섞은 분을 눈사람의 입에 얹는다. 눈사람에게 입의 형상이 금시에 생긴다. 입술인 지 사냥감의 피인 지 어쨌거나 붉은 것이었다.
-응시해 하며 칼로 눈사람의 눈이 있을 곳을 찌른다. 과일을 찌르고 가족을 찌르던 과도가 눈사람의 깊은 곳에 들어간다. 계속 칼이 들어가다가 중간에 칼을 빼면 칼의 단면에서 여러 겹의 눈이 포개져 나온다. 눈사람은 눈처럼 생긴 구멍이 아직은 불안정한 듯 구멍에서 눈들이 자꾸만 나온다. 흐트러지지 않게 인공 눈알을 끼워 넣어 주기만 하면 제법 봐줄 만 하다. 인공 눈알의 튀어 나온 혈관들이 붉은 빛과 푸른 빛을 냈다.
-맡아 하며 눈사람의 눈구멍 약간 아래에 팔을 꽂는다. 팔의 주인은 방정식의 x보다 포괄적이고 you를 한글로 한 것보다 예리했다. 팔의 불규칙한 단면에 머금어 진 피는 눈사람이 마치 코피가 난 듯 보이게 만들었다. 팔의 슥과 삭이 유희를 속삭인다. 눈사람의 코가 있어야 할 곳에 팔이 꽂히자, 눈사람은 가지 있는 나무를 코에 붙일 듯한 불쾌함을 느꼈다. 눈사람의 볼이 불콰해지고 있다. 온몸으로 비상 신호이자 에너지를 들여가며 자연을 기를 수 없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였다. 그래도 팔 외에는 꽂을 것이 없기에 팔을 꽂을 것이다.
-들어 하며 눈사람의 얼굴의 양쪽 끄트머리에 권총을 꽂는다. 공안이 애용하고 민주가 증오한 권총의 질서는 폭력과 평온의 경계에서 폭죽을 터뜨렸다. 보통 귀에서는 나오지 날아야 할 불꽃을 눈사람의 귀에서는 볼 수 있다. 펑하고 나타난 폭력과 팡하고 나타난 평온이 만든 공작새는 제 깃털이 하나하나 뽑힐 때까지 본능의 기교를 멈추지 않았다.
-움켜 잡아 하며 버섯이 싱그러움과 불쾌함 근처에서 자라나는 나무의 가지를 눈사람의 몸통을 가로지르게 꽂는다. 스으으으윽 버섯들이 제 몸을 접고 접으며 눈사람의 안 속으로 들어간다. 뽀드득 뽀드드드득 뽀드득드득 눈사람의 속이 버섯과 나무를 거부한다. 실로 속에서 먼저 거부하는 부패였다. 버섯이 짓이겨 지면서도 제 몸의 모든 부패와 무가치를 눈사람에게 퍼뜨린다. 스와 으가 뿌린 부패와 윽이 만든 무가치는 눈사람을 녹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인 동시에 눈사람에게 약간의 인간성과 암을 넣을 수 있게 하였다.
더 꾸미고 싶다면 중절모를 씌워주자. 중절모 또한 기교와 신사적인 모습 사이 교활과 영민 그리고 탐욕을 드러내는 복잡적인 존재이므로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검은 폭력이 세운 하얀 위계를 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이의 검고 하얗고 잿빛인 중절모를 가져가야 한다. 비둘기들에게 심부름을 보내자, 중절모를 쓴 모든 신사들의 중절모를 물어다 와달라고. 오물과 시체 찌꺼기에 오염 된 중절모여도 좋다. 그 또한 폭력일 지니. 나의 경우에는 대영제국 신사를 표방한 침략자의 피투성이 신사적임을 담은 중절모로 택했다. 그의 시신에서 단추를 함께 가져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