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고딩 과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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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3 01:25조회 25댓글 0빙화
BL /





쿠쾅, 쿠과쾅....

이른 아침부터 밖이 소란스러웠다. 토요일의 단잠을 방해하다니.. 용서치 않겠다.. 근데 진짜 뭐지? 한적함을 넘어서 고요하기까지 한 이 주택가에. 이토록 소란스러울 일이 뭐가 있는가? 맨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고 슬리퍼를 어기적 신으니 새가 지져귀는 소리가 들렸다. 참새 자식 왜 저렇게 말이 많아.. 미지근하게 테이블에 놓인 물을 마시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물로 세수를 하니 좀 멀쩡해졌다.

컵을 손에 쥐곤 환기겸 바깥 구경을 하려 문을 활짝 열었다. 옆 복도에 기대어 모닝 커피를 훌쩍이니 상황이 보였다. 아랫집에 이사를 오는 것 같았다. 잠깐, 이사라고? 이 싸구려 동네에? 놀라서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옮겨지는 가구 브랜드가 여간 비싼게 아니었다. 신종 돈낭비인가... 부자들은 조용히 사는 천민집에 처들어와 시끄럽게 하고 싶은가보다. 아래층을 노려보니 잡다한 짐을 옮기던 남자 하나가 고갤 들어 윗층 난간에 있던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선 입꼬리를 한껏 들어 웃어보였다. 그래 오늘부터 웬수 삼을 녀석 낮짝이나 보자.... 눈을 부릅떴다.

...미친 존잘인데?







"아 왜!! 왜 찾아오는 건데!!"
"형 문 좀 열어주세여!!!"

소파에 배개에 얼굴을 묻곤 소리를 질렀다. 아랫집 녀석이 눈 마주친 뒤로 저렇게 문을 두드린다. 금수저씨,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지 맘대로 저럴까.. 토요일의 집콕은 그른 것 같아 배개를 내팽겨치곤 현관문으로 향했다. 한번 숨을 크게 고르자 밖에서 소리가 달려왔다.


"형!! 저희 친해지자니까여!!!"
"내가 왜 너랑 친해져야 되는데?"
"어 형 나오셨네여. 통성명부터 할까여? 전 최신현이에여. 형은여??"

신현? 너 혹시 은행 운영하냐... 사내 자식 이름이 신현이라니 웃음이 픽 샜다. 최신현은 왜 웃냐며 빨리 이름 알려달라고 재촉했다.


"내 이름? 내가 왜 알려줘야해?"
"제가 알려줬잖아여!!"
"난 알려달라고 한 적 없는데."
"아 혀엉ㅠㅜ"
"그리고 내가 왜 형이야. 나 아직 대학생 밖엔 안 됬거든?"
"
"형이네여."
"너 몇살인데."
"저 고3이여."

뭐? 고3이라는 자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윗집 형한테 이러고 있냐? 니 집으로 꺼져. 어여 발 닦고 자.. 진 말고 공부나 해. 저 공부 모태여. 그럼 학원을 가. 과외해주시면 안돼여? 이름도 모르는 형한테 과외 받고 싶냐? 그니까 이름 알려주세여. 하 말이 안 통하네...


"나 잘거니까 이제 좀 가라. 공부 화이팅!"
"아 형 제발여ㅠㅠ 저 잘생긴 사람이랑 공부하면 서울대 쌉가능일 것 같아여ㅠㅜ"

앵앵대는 목소리가 듣기 싫게 울려퍼졌다. 얘를 어떻게 떼어놓지. 이런 놈이 아랫층이라니, 이사라도 가야 할까.. 근데 여기 월세가 싼데... 아하, 좋은 생각이 났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남고딩 놈들이 하나 같이 좋아하는 게 있다.


"그럼 형이랑 내기 하나 하자. 니가 이기면 과외해줄게."
"뭔데여??"
"일주일 내로 내 이름 알아내기. 됐지?"

최신현이 잠시 뜸을 들이자 한마디 덧붙였다. 아니면 걍 꺼지시던지. 아 할게여 형!! 무슨 자신감인지 최신현은 손인사를 하고 쿵쾅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래, 아직 어린데 자신감 넘치는 거 나쁘지 않지... 한동안 조용할 생각하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폰으로 치킨을 시키고 다시 소파에 들어누워 행복하게 유튜브를 켰다.






쾅쾅!

그로부터 일주일 후, 현관문이 부서져라 울려댔다. 이거 좀 익숙한데.. 최신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들고 있던 게임기를 떨어뜨렸다. 저 자식 왜 온거야.. 일주일 전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혹시 내 이름 알아냈나? 설마, 그 뒤로 집 밖을 한번도 안 나갔는데. 계속 울려대는 문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제발 꺼졌으면.. 나의 절규에도 최신현은 문을 끈질기게 두드렸다.



"형!! 나와봐여!!!"
"아 왜! 니가 내 이름을 알아냈을 리가 없잖아! 곱게 꺼져라."
"알아냈는데여."

..? 넹? 어떻게... 그걸... 집주인 할머니께 물어봤어여. 이 노망난 할망구... 형 집에서 안 나온다고 말동무라도 해주라고 하시던데여. 이사해야 하나...


"정혜연 형! 아무튼, 과외해주는 거져?"
"? 내가 왜."
"형 기억 안 나여??? 와 짐짜 나빴네."
"뭔 소리야 내가 니 과외를 언제 해준댔어."
"허. 제가 이럴 줄 알고 준비했져."

최신현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검은 샤프를 꺼냈다. 그러고선 몸통 옆에 달린 버튼을 누르더니.. 녹음된 정혜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형이랑 내기 하나 하자. 니가 이기면 과외해줄게.'


저 미친상또라이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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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빙화에요!

요즘 소설게시판이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쓰던 글을 조금 올려봅니다. 이 글은 더 이어질 수도 있어요! 근데 업데이트 너무 불편한 것 같네요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이 빨리 묻히는 것 같아요. 좋은 글이 많은데 말이죠.

급하게 올리는 거라 퇴고를 못했습니다ㅠ. 맞춤법이 틀렸더라도 눈 감아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curious.quizby.m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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