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황함을 숨기곤 미하엘을 쳐다보았다. 미하엘의 이마에선 식은땀에 맺혔고, 핸들을 잡은 손은 조그맣게 떨리고 있었다.
* 정부가, 우리를 공격하려 한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미하엘의 목소리 마저도 떨려오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풀고자 장난스럽게 농을 던졌다.
* 그냥 그대로 들이박지. 어차피 그런 장난감으론 턱도 없을텐데.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싸늘한 침묵 뿐이었다.
~
우리는 무사히 여관에 도착했다. 범비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 외곽이라 정부가 쫓아올 일은 없다고 생각하자 안심이 되는 듯했다.
* 미하엘, 플랜 변경이야. 어차피 A는 실패했으니 B부터 Z까지라도 지금부터 짜보자.
미하엘도 느꼈는지 고갤 끄덕였다. 범비는 우리가 있었던 때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왕래도 없는 삭막한 도시로 변질되어 있었으니.
* 일단 B. 그 총은 실제일지 거짓일지부터 예상해보자.
생각보다 미하엘은 이번 사건에 진심이었다. 미하엘은 나이프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다 이내 입을 열었다.
* 그 총, 진짜야. 음각으로 로고도 있었어. G. Bumvi... 라고.
그 짧은 순간에 총의 진실 여부까지 파악하다니. 역시 미하엘을 따라올 업자는 없다고 다시금 생각이 들었다.
* 그럼... 우리가 먼저 그 경비를 처리하고 들어가야할 것 같은데. 여자니 제압하기 쉽지 않을까?
그러자 미하엘은 고개를 저었다.
* 그 여자, 작년 전국 킥복싱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땄다고 하던데. 검색하니까 금방 나왔어. 이름은 구달 제인, 24세 여성이래.
미하엘은 빠르게 핸드폰으로 검색해 내용을 읊어주었다. 나는 그것들을 가만히 들으며 고묘히 속임수를 잘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 킥복싱 유단자 정도는 너도 상대할 수 있지 않나? 너도 한때 유도로 꽤나 잘 나갔으면서 —
미하엘은 나의 말을 딱 잘라 끊었다.
* 제 28항, 업무 외의 본체 개인사정 유출 금지.
우리가 처음에 계약서에 인장을 찍던 순간부터 이뤄진 우리의 약속이었다. 미하엘은 자신의 본체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이미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을, 그리도 혐오했다.
* 그래, 알았어. 미안하다.
그 이후로 미하엘은 말이 없었다. 아마 과거의 본체 자신에게 이입된 것 같았다. 한마디로, 과거 회상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 ... 플랜 Z. 테이저건으로 여자를 먼저 제압하고 차로 정부 코앞까지 밀고 들어가 110층 시장실로 들어가 본론이 뭐냐고 묻는다. 간단히 요약한거야.
나는 미하엘의 앞에 프린트 더미를 내밀었다. 시장실이 110층이라는 것, 테이저건은 얼마나 위력이 세고 몇 분이나 고통에 절어야 하는지 등의 세세한 정보가 프린팅 되어 있었다.
* 플랜 X랑 Z를 섞어서 가자. 테이저건과 소총을 함께 사용해서 시장실까지 들어가자는 말이야.
사실 플랜 X도 Z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X엔 소총이나 화약이 조금 추가되는 것 뿐.
*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는 또 적막한 정적에 휩싸였다. 나는 먼저 입을 열어 미하엘에게 물었다.
* 아까 본체 꺼낸 일, 많이 기분 나빴냐.
미하엘은 흠칫 당황했다. 이젠 본체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동적으로 몸을 떠는 것 같았다.
* 미하엘도 아니면서 엄살은.
미하엘은 눈을 흘기며 침대에 들이누웠다. 더이상 얘기하기 싫다는 무언의 수신호였을까.
* 카탈린. 잘 자라.
미하엘은 벌써 잠들어 내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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