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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urious.quizby.me/URZ8…저 구름 아래에 떠오른 노을마저 지고 있었다. 붉은 하늘, 저 단면 만큼은 붉었다. 눈에 띄었고, 그것은 그 생각에 가라앉게 만들었다. 지나친 꿈에 지나지 않았던 나날들의 오려낸 필름을 꺼내어.
그날도 꼭 오늘 같은 날이었다. 노을이 지던, 그 하늘이 마치 인상깊게 남던 하루. 그 하루는 며칠 살아가면 한번쯤 맞이할 흔한 날에 불과했고, 특별한 점 따위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기에.
- 오늘도 여기에 있었구나.
그나마 다른 점을 찾자면 내가 있는 것이었다. 주변을 배회하며 맴돌고, 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주인. 그 특징들이 향하는 인물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 꼭 우리만 남으니까 좋잖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니 걸어가는 사람마저 없었다. 텅 빈 길거리에 남은 건 너와 나, 서로 뿐이었으니. 숨 막힐 것 같은 고요에 너와 숨결을 나누는 건 기쁜 일이었다. 너와 나 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곳, 그리고 우리를 나누는 공기에. 나는 함께하는 미래마저 꿈꾸었다.
- 너를 사랑해.
가슴 깊이 가라앉은 말을, 고이 넣어두었던 말을 꺼냈다. 너도 같은 마음일까. 내심 붉히던 홍조가 네 볼을 간지럽히는 것이 보였다.
- 나도, 영원히.
우리가 감히 영원을 속삭일 수 있을까. 서로가 꺼내기 참으로 쉬운 단어였지만, 그 약속을 지킬 만큼의 힘은 없었으니. 이겨낼 힘도 무엇도 없던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말에 서로를 옭아매는 순간들에 깊이 잠겼던 것이었다.
그 날은 평소와 같던 어느 날에 지나지 않았지만 특별하게 기억 되었다. 작은 기억력에 품었던 해상도 높은 필름, 그 속의 기억. 그것은 나를 한번 더 살게 만들었다.
- 그때는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는데.
고요하게 비어있던 길거리, 그 속에서 숨결을 나누고 분위기에 취하던 날. 그 세상은 마치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았다. 빛의 결에 흐르는 꿈 같던 날은 지금 이 순간에서도 기억에 젖었다.
_ 세상은 소리를 잊은 듯 고요했고, 우리는 꿈을 꾸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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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제 편 엔딩곡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