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_ 발단
카페 안은 커피 향과 잔잔한 빗소리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가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비에 젖은 머리를 털고,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늦었네."
그녀는 웃었지만, 웃음 속에는 작은 피곤이 스며 있었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의자에 앉고, 그녀가 먼저 시켜 둔 커피잔을 잡았다.
김이 올라오는 커피 향과 그녀의 존재가 뒤섞이면서, 마음속 심장은 조금씩 빠르게 뛰었다.
"비가 많이 오네. 그치? 호주는 지금이 겨울이래."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무심하게 "응. 좀 쌀쌀하네." 하고 대답했다.
왜 이렇게 그녀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는 걸까.
그녀가 잠시 나를 바라보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 뭐하고 지내? 연락이 없어서.."
나는 입을 열기 전에 한숨을 내쉬며,
귀찮은 티를 안 내고 최대한 친절하게 답했다.
"그냥. 학교, 과제... 평범하게 지내지."
그녀는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동안을 바라보다가
숨을 길게 내쉬며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으로 컵 가장자리를 돌리며 나를 흘끗 쳐다봤다.
우리가 앉아는 책상 위로 정적이 흘렀다. 아주 오랫동안.
밖은 여전히 흐리고, 빗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망설이는 듯, 시선이 창밖 빗줄기를 따라 흘러갔다.
나는 괜히 커피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삼키며, 그 시선을 피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그러나 끝내 알 수 없는 공기가 우리 사이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카페 안은 여전히 빗소리와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창밖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에.. 우리 몇 달, 아니 평생 못 보면 어떨 것 같아?"
나는 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게 뭔... 이상한 실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과제나 해."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머뭇거리며 작게 말했다.
"아... 어, 그렇지..? 그래도.. 만약에라도!"
나는 한숨을 쉬며, 눈을 살짝 감았다.
"하.. 왜 자꾸 그래. 나 힘들다니까. PPT 만들느라 며칠 동안 잠도 못 잔 거, 너도 알잖아."
나도 모르게 말투가 날카로워졌다. 내 안에서는 조급함과 피로가 섞여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살짝 참으며, "하, 응.. 미안..." 하고 속삭였다.
나는 무심하게 그리고 조금 귀찮은 표정으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하.. 또 왜 울려고 해. 미안해.. 너가 계속 쓸데없는 소리를 하..."
그 순간, 그녀는 말없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살짝 훌쩍이며 작은 목소리로 폭발했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해서 정말 너무 미안하다!
나... 사실 이민 가. 한국.. 안, 아니 못 온다고. 호주에서 살아야 해!
무슨 뜻인지 알아? 우리 평생 못 본다고.."
나는 그녀가 울분을 토해내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말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심하고 짜증내던 방금까지의 내 태도와 달리,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말한 순간부터, 시간은 천천히 흐르면서도
가슴은 이미 폭풍 속에 빠져 있었다.
___
이런게 발단..!? ㅋㅋ
미리 말하자면 남주('나')는 굉장한 발암캐(?) 멍청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여주와 남주는 서로 1-2년 정도 사귄 사이(+아마 권태기)
___
https://curious.quizby.me/xHR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