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13분.
알람도 없이 눈이 떠졌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미확인 번호]
"너는 어제 죽었어. 기억 안 나?"
장난 문자겠지.
이런 류의 허무맹랑한 메시지는 예전에도 몇 번 받아봤다.
하지만 이번엔 묘하게 기분이 달랐다.
무엇보다 어제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 흔한 커피 한 잔, 지하철 풍경, 퇴근길, 아무것도.
딱 하나 기억나는 건…
몸이 허공을 가르며 추락하던 순간.
귓가에 "쿵" 하는 소리.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정적.
문득 출근 시간이 떠올라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맞은편 집 이웃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어머어머… 이게 어떻게…”
비명과 함께 주저앉는 아줌마.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내 얼굴을 비췄다.
뉴스였다.
"어제 새벽, 아파트 옥상에서 20대 남성 투신"
사진 속 인물은 나였다.
옷차림, 이름, 나이, 전부.
카메라는 내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경찰이 왔다.
나는 살아있다고 말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 누구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지문은 사망자로 등록되어 있었고,
가족은 눈물로 나를 애도하고 있었으며,
직장에서는 이미 내 책상을 정리했다.
현관에 붙어 있던 부고장에는, 내 이름 석 자가 선명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해졌다.
밤이면 거울 속 '나'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다.
나보다 미세하게 늦게, 혹은 빠르게 움직인다.
표정도 눈빛도 어딘가 어긋나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 속 ‘나’가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넌 죽었어.
아직 네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야."
이후로 내 몸은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끝이 흐려졌고,
그다음은 팔, 발, 그리고 얼굴.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스쳐도,
아무도 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병원에 갔다.
의사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기록에도 내 존재는 없었다.
나는 진짜 죽은 걸까?
아니면 이 세계가 잘못된 걸까?
며칠 후, 나는 다시 그 문자를 받았다.
[미확인 번호]
"오늘의 넌, 내일도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휴대폰을 쥔 손을 내려다봤다.
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건 공기 중에 맴도는 무언가의 잔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울 속 ‘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진짜 너는 없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어제 죽은 나는,
오늘의 나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나'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죽음과 재생.
단 하나의 진실만이 남는다.
"네가 살아 있다는 감각 자체가, 가장 정교한 환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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