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21:47•조회 55•댓글 0•윤월향
매년 봄이면 난 어김없이 그 벚꽃길을 걷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와의 마지막이, 그곳에서였으니까.
그 날 이후로 난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너를 기다린다. 혹시나 네가 돌아올까 봐, 혹시나, 정말 만약... 우리가 그 때처럼 다시 마주칠까 봐.
벚꽃은 그 해 봄에도 어김없이 피었다.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나는 자꾸만 너를 떠올린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손을 잡고 웃던 날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렸던 그 순간까지.
사람들은 봄을 사랑의 시작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겐 봄은 이별의 계절이였고 벚꽃은 끝의 상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찬란하게 피었다가 덧없이 지는 그 모습이 꼭 우리의 사랑을 닮았으니까.
올해도 너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안다. 이제는 네가 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그래도 난 또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너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잊지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벚꽃이 진다. 그리움도, 꽃잎도, 사랑도. 그리고 나도, 너 없이 조금씩 져 간다. 언제쯤이면 이 짓거리를 멈출 수 있을지조차도 모르겠다.
부디,
다음 해에는 네가 생각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