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신님은 붉은 립스틱을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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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20:53조회 62댓글 6유하계
어느 날, 정신 없이 집을 향해 걷다가 의문의 길에 도착해있던 나를 발견했다.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았고 기이한 분위기에 손등부터 얼굴 바로 아래까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딸랑ㅡ

"손님?"
"어라, 어린애네."

안녕하세요, 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읍읍- 하고 내가 당황스러워하자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싱긋 웃었다.

"둘러보렴. 여기엔 워낙 시끄러운 아이들이 많아서 말이야."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느낀 소름의 원인이 여기였구나. 알아챘다. 캐비넷 안의 사람들... 모두 내가 안보이는건지 각자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목줄까지. 아, 어떡해. 나가야 하는데.

"누가 마음에 드니? 여기에 나 빼고는 그 누구도 널 볼 수 없어. 다 귀신이거든."

나는 그 때부터였을까. 매장 안 몽롱한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가장 내 취향으로 생긴 그를 가리켰다.
희고 고운 백옥같은 피부와,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듯한 길고 예쁜 속눈썹, 마치 복숭아같은 분홍빛을 띄는 입술까지. 모든게 그 아이만을 가리켰다.

"이 애가 마음에 들어? ...얘는 좀 까탈스럽긴 한데. 그래도 굳이 바란다면야, 데리고 가. 대신 이걸 좀 바르고. 바르면 얘가 널 볼 수 있을거야."

완전히 붉은 립스틱이였다. ..그래도, 발라야지만 이 애가 날 볼 수 있다니까. 눈을 꼭 감고 붉은 립스틱을 바르자, 눈을 뜬 순간... 눈 앞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엔 그 잘생겼던 귀신만이 남아있을 뿐이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생각보다 더 내 취향인 외모에 놀라 내 얼굴은 토마토마냥 붉어졌을터이고... 생각해보니 이 립스틱, 내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이였다. 지우려고 티슈를 꺼내는 순간, 그 애가 내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잘 어울리는데- 지우지 마요."

"이름이, 뭐야? ...아, 안지울테니까 걱정 마."

당신이 어울린다고 하면 어울리는 것이고 아니라 하면 아닌 것이지. 암, 그렇고 말고.

"... 희소. 희소예요..."

"그래, 희소야. ...잘 지내보자."

그게, 우리의 첫 대화였으리라. 그 때 너의 말로는 무언가를 느꼈다 하였다. 우리가, 아주 깊은 인연이 될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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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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