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의 고민_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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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안녕하세요. 꿈 안내해 주시는 거 맞죠?
나에게 인사를 건넨 지혜의 눈 밑에는 그늘이 져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렸다. 마치 어딘가에 쫓겨 온 것 같았다. 나는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고, 고생이 많았을 그 아이에게 옅게 웃어 보였다.
• 네가 지혜구나? 잘 왔어.
우리는 무성히 자란 풀숲 사이를 가로질러 기차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풀숲은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댔지만, 그마저도 여름날 꿈의 조각이었다. 축축한 땅을 바라보며 걷던 지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 저...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다 하나씩은 잘하는 걸 가지고 꿈을 꿔요. 근데요, 저는 꿈도 없어요. 미래는 알 수가 없어서 불안하고요.
중간중간, 아이가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혜는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어갔다.
• 나보다 어린 애들이 더 잘하는 걸 보면, 그냥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요.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곧, 나는 고심 끝에 입 밖으로 따뜻한 말을 흘려보냈다.
• 있잖아, 지혜야. 나도 학생이었을 때 똑같은 고민을 했어.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매일 울었고, 뭘 해야 할지 몰랐어. 지금 불안하고 무서운 게 당연해.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내다 어느 날 깨달았어. 불확실한 미래가 좋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야.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삶이 더 비참한 거 아니겠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건, 네가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뒤에서 나를 따라 걷던 발소리가 문득 멈추는 듯했다. 그걸 알아채고 뒤를 돌아봤을 땐, 지혜가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 아저씨, 고마워요. 사람한테 이런 말 듣는 거, 되게 오랜만이에요.
이제 막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의 마지막 순수한 웃음은 나까지 따라 웃게 만들었다. 그 따스함은 기차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우리에게 머물고 있었다.
20분쯤 걸었을까, 짙은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쳐 갔다. 우리의 눈앞에 마침내 기차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록색의 기차는 이미 철도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겁지겁 탑승한 기차에서 우리는 텅 빈 자리에 앉아 숨을 돌렸다. 숨이 막힐 듯한 나와 아이의 열기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묻혀 갔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아저씨는 왜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보다, 꿈속에서 일하는 게 가능하긴 해요?
나는 과거를 잠시 떠올린 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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