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그냥 마니또 편지"

주말이 지나고 또 다시 월요일이 왔다.
1교시가 끝나고, 나는 현우와 얘기하고 있었다.
현우에게 있었던 내 시선이 뒷 쪽, 하윤이에게로 갔다.

하윤이가 책상 서랍을 봤다.
별생각 없이 손을 넣었다가, 안쪽에 닿은 종이에 손이 멈칫하는 걸 봤다.

하윤은 그걸 꺼내들었다.
조금 구겨진 종이봉투.
그 안에서 하얀 편지지가 반쯤 빠져나왔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하윤은 눈을 조금 찡그리더니, 그대로 꺼내 펼쳤다.
아무 말 없이 글자를 따라 읽기 시작했다.

웃지도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다.
그냥 끝까지 다 읽었다.
아주 천천히.

그런 뒤 종이 봉투 전체를 꺼내 열어보았다.
거기에 있던 내가 준 립밤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책상 안에 다시 넣었다.
모르는 척한 것도 아니었고, 숨긴 것도 아니었다.
그저 편지를 본 사람의 표정이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하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괜히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그 편지를 쓸 때,
나는 그걸 '마니또 편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니또 편지'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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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내가 맞긴한데.."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었다.
3교시가 끝나고, 창밖엔 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바닥엔 아직 쌓이진 않았지만, 반 애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야! 너 진짜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김시연의 목소리가 교실 한가운데 울렸다.
나는 습관처럼 고개를 들었다. 역시, 또 시작이다.
정준호는 책상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왜 네 마니또야. 왜 자꾸 나로 몰아?"

"몰아? 내가? 아니, 정준호. 너 진짜 티가 너무 많이 난다니까?"

시연은 뭔가를 꺼내 들었다.
초록색 포장지로 감싼 작은 상자.

"이거. 오늘 내 책상 위에 있었거든?
내가 이 두 눈으로 초록 포장지 어제 네 책상 서랍에서 봤어."

준호는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말했다.
"...하. 사실 그거 나 맞는데, 너 마니또는 아니야."

뜬금없는 말.
뻔뻔한 말투.
교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뭐...? 그럼 내 마니또도 아니면서 왜 초콜릿을 줬을까?"

시연이 하나씩 짚어갔다.
"1번, 멍청해서 자기 마니또가 누군지도 몰라서?
2번, 나를 좋아해서?
3번, 마니또인 걸 들키기 싫어서?"

준호는 눈도 안 깜빡이며 말했다.
"보기에 없어."

시연은 한숨을 내쉬며 포장지를 책상에 툭 내려놨다.

"너 진짜 내 마니또 아니면.. 너 나 좋아하는 걸로 알게."

준호의 손이 순간 멈췄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그 눈은 교실 안까지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물 마시는 척하며 고개를 돌렸다.

"협박이냐?"
준호가 작게 말했다.

시연은 말없이 준호를 보다가,
"...너 진짜 짜증 나. 하..." 하고는 창밖을 봤다.
하지만 입꼬리는, 분명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을, 나는 조용히 지켜봤다.

마니또든 뭐든, 이쯤 되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젠 다들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게임도,
드디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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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안남아서 두 편씩 올릴게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