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23:27•조회 75•댓글 8•소야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는 8분 20초가 걸린다.
컴퓨터에서 새어나온 빛이 어두운 방을 꽉 채웠다. 그 방안에서는 자그마한 숨과 마우스 클릭대는 소리만. 화면을 드래그하자 빛에 대한 갖가지 설명이 튀어나왔다.
빛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빛이란 가시광선과 자외선, 적외선, 심지어는 휴대폰과 라디오의 전파까지 합친 모든 개념을 의미한다.
아마추어 일반인이 쓴 듯한 과학 상식 블로그 글이었음에도 눈이 빠져라 읽었다. 이상하게 주의를 휘어잡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이유담은, 어디론가 급격히 빨려가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확신한 순간이었다.
이유담이 급하게 블로그 창을 닫고 한 1대1 메세지 창을 켰다. 서로 주고받은 흔적은 많은데 이상하게 상대의 답장 텀이 느렸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이는 이유담이 게임에서 만나 친해진 게임 친구이며, 서로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한 지는 어언 한 달이 지났지만, 그간 미묘하게 핀 트가 맞지 않아 대화한 양에 비해서는 제대로 친해지지는 못한 비운의 사이였다.
핀트가 맞지 않았다는 게 무슨 말이냐면, 이유담이 좋은 아침이라고 연락하니 상대가 아침이 뭐냐고 되묻는 일이나, 이유담이 요즘 비둘기는 겁이 없다고 말하니 상대가 비둘기가 뭐냐고 되물는 일들이 잦았다는 뜻이었다. 사실은 아예 대화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눈치라곤 개미 취똥만큼도 없는 이유담은 그냥 이상한 친구구나 하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순간 그 애의 답장 텀이 놀라울정도 로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내곤 무언가 번똑 떠올렸다.
16분 35초... 16분 36초...
그리고, 16분 40초에 정확히 알람이 울렸다.
- 여긴 따뜻해.
그 애는 이유담이 연락을 남기면 정확히 16분 40초 뒤에 답장을 보냈다. 가끔 더 늦을 때도 있긴 했지만 삽십 초를 넘어가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러니까,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은 8분 20초.
지구에서 출발한 빛이 태양까지 갔다 다시 지구까지 돌아오는 시간은 16분 40초.
그래, 아무래도 내 인터넷 친구가 태양에 사는 외계인이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