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고 하늘은 붉게 물들은 오후였다. 그곳에서 무료함에 질려 발로 땅이나 탁탁 건드렸다. 땅은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도 생각에 잠겼다.
- 미안, 좀 늦었지?
고개를 들고는 너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 미소를 띄고서는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작은 초콜렛 하나를 들고서는 웃던 네 모습이 한결같다는 생각을 새기고 있었다.
- 나 주려고?
- 너 이거 좋아하잖아.
내 취향까지도 알고 있던 너와 나는 꽤 오랜 친구사이였다. 항상 노을이 지는 이 시간에 만나서 서로 추억과 느꼈던 것들을 공유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것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뇌리에 깊게 박혔다.
나는 초콜렛을 한입 베어물고 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이 기분은 같은데도 매 순간마다 새로움을 느꼈다. 새롭고 놀라운 이 기억들은 내게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었으니.
오늘도 내일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루가 지났다. 나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같은 땅을 밟고 이곳에 있으니 곧 도착할 너를 기다렸다.
그렇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노을이 지고 시간은 흐르는 데도 너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기다림에 끝이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오지 않는 걸까, 이유가 있을까? 연락도 통하지 않는 네가 걱정되고 그리워졌다. 나는 그곳에서 한참 너를 궁리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벌써 하늘에 그 붉은 색은 잔재조차 남지 않았고, 하늘은 어두웠다.
- 어머, 정말요? 애가 왜…
거실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소리인가?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서 깨달았다. 네가 오지 못한 이유를. 내게 웃으며 달려올 수 없던 이유를.
나는 그저 네가 사무치게 그리워졌고, 창문에 눈물을 흘렸다. 눈물 한 점에 너를 담고서는.
그리고 또 하루, 다시 하루.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 저 애 오늘도 있네?
- 항상 보이잖아, 뭐.
같은 자리에 서서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오늘도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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