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론, 그 너머에 』제8화: 영혼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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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3 16:38조회 49댓글 1하루작가
들판은 여전히, 그때와 같았다.
하늘은 낮고, 구름은 무겁고, 바람은 찬란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존재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들이 서 있는 이곳은, 그들만의 세계였다.

서연은 에이론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은 그때의 그 남자였다.
하지만 이젠 그의 눈동자에 익숙해지기 전의 서연을 반영한 새로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에이론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다.

“서연 씨.”

에이론의 목소리는 조금 달라졌다.
그의 목소리 안에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법, 듣는 법, 느끼는 법—모든 것이 그녀와 함께 변화한 듯했다.
서연은 그에게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
“응, 에이론. 나도 알겠어. 나는 이제 너를 기억해.”

그들은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떤 것이 그들 사이에 깔려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알았다.

서연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고요한 바람 속에서,
마치 그들의 손끝에 전해지는 파동이 서로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그가 그녀에게 말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서연 씨, 내가 당신을 기다리게 한 게 정말 미안해요.”

그의 말은 깊고, 무겁고, 진지했다.
서연은 그 말을 듣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그때의 감정, 그때의 슬픔을 느꼈지만, 이젠 그 감정이 아닌 것처럼 마음을 달랬다.

“그렇지 않아요, 에이론. 사실, 나도 너를 기다렸어.”

그녀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내가 여기, 너를 기다리게 할 줄 알았으면… 나는 기다리면서도 울지 않았을 거야.”

그 말은 에이론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가 듣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그의 감정이 깊어졌다.
지금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 그는 진짜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서연은 고요히 손끝을 맞대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말을 잃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다렸던 이유를 알겠어.
그건 너를 잃지 않기 위해서였어.”

에이론은 무언가가 부서지고 다시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분명,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감정만큼은 여전히 그 안에 있었고,
그 무엇도 그 감정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고요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말한 그 말을, 다시 반복했다.
“서연 씨.
그때 그 말, 기억하시나요?
‘너는 내게 사랑이었어.’
그것이 내가 찾던 것의 전부였어요.”

서연은 그의 말을 듣고,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이제 온전히 그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그의 품에 안겼고, 그 안에서 그의 체온을 느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순간 둘의 세계는 그 어떤 소음도,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온전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에이론과 서연은 다시 만났고,
이제 그들은 서로에게 무엇을 남길지 알았다.
서로의 손끝을 잡고, 서로의 영혼을 느끼며,
그들은 영원히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시간도, 어떤 공간도 막지 못할 존재로 확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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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착한 익명분들 좋아하는 글쓴이입니다.
× 좋은 감상평 남겨주시면 좋아서 날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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