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Blue &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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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19:11조회 25댓글 0이진
W.이진

*레인버스 세계관을 각색하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성별은 원하는 대로 상상해 주세요.
*글자 수 공백 포함 3171자, 미포함 2322자.

BGM : 제로베이스원 - ICONIK










이름도 윤채온. 따스한 기온을 가진 사람. 나의 비만 오던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되겠지.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걸렸다. 뭐야 나 변태인가. 그렇지만 그 사람은 나를 마음에 들어 할까? 모르겠다, 일단 부딪혀 봐야지.
예전부터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라 당장 1403호 앞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놀라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문이 열리고 부스스한 머리의 윤채온이 나왔다. 그러고선 원래도 크고 동그란 눈이 더욱 커졌다.


"레인버스.. 아니에요? 집에서 푹 쉬시지.. 전화번호도 있는데, 아 보기 불편하시려나.. 일단 안에 들어오실래요? 비가 와서 좀 쌀쌀하네요."

언제나 친절한 그 목소리였다. 나를 배려해 입 모양을 크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저 목소리와 다정함이 좋다 생각했는데, 잠시 내 표정이 굳은 건지 걱정의 말이 들려왔다.


"집이 좀 더럽죠? 치운다고 치운 거긴 한데.."
"아뇨. 깔끔한데요 뭐. 제가 갑작스레 찾아온 건데 상관없기도 하고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속으로 수긍을 하는 듯 보였다.
소리를 못 듣는다고 했지 말을 못한다는 건 아니니까. 오랫동안 겪어온 일인데 입 모양으로 알아 듣는 건 일도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사실 다 들리는 것도 모르고 저런 노력을 하는 모습이 귀여워도 보였다. 픽하며 작은 웃음을 보이니 소파에 앉은 나를 다시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는 데 이대로 있다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시선을 돌렸다.
티브이 옆 화분에 꽂혀있는 장미. 내 눈엔 파란색이지만 진짜 파란색일까 헷갈려 빤히 쳐다보고 있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장미요? 파란 장미에요. 아까 나갔을 때 꽃집에 갔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저 아이를 보자마자 은유 씨가 생각나더라고요. 은유씨의 눈에도 푸르게 보이죠? 그건 다행이네요."

곧이어 눈이 또 커졌다. 저렇게 놀라는 게 버릇인가. 내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는데 말하자마자 고개를 돌리니 놀랄 법하긴 하다. 덤덤하게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서 그런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생각을 안 했다. 결국 손을 뻗어 턱을 올려준 그제야 눈의 크기가 돌아왔다. 근데 저래도 크네.


".. 사실 그쪽 목소리 들려요."
"네? 어... 레인버스라고 저 혼자 오해한 건가요.. 죄송해요. 제 판단이 너무 일렀나 봐요. 다시 한번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 레인버스 맞아요."

눈이 더욱 커졌다. 입이 작게 벌어진 채로 빤히 나만 응시하는 걸 보고 있자니 좀 부담스러워 마음에도 없던 헛기침을 하고 만다. 그제야 입을 오므리고 말을 고르는 듯했다. 옴짝달싹 못하는 입술이 제법 귀여웠다. 이대로는 오해를 풀지 못할 것 같아 먼저 입을 떼었다.


"레인버스, 원래 안 들리고 세상도 다 파랗게 보이는 거 맞아요. 근데 특이하게 그쪽이 가진 색과 목소리는 뚜렷하네요. 세상은 이걸 운명의 상대라고 칭하던데, 그 쪽 생각은 어때요?"
"..."
"이말 전해드리려고 불렀어요. 사실 전 채온씨가 마음에 들거든요. 당황스러우실 거 알아요. 대답 얼마든지 기다릴게요. 답 안 하셔도 괜찮아요. 거절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네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듣고 있다 말이 끝나니 표정을 다잡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곤 왼쪽 손을 앞에 위치한 테이블에 올리곤 상체를 든다. 이내 목 뒤를 살며시 감싸는 온기와 함께 입술이 맞닿았다. 짧은 몇 초 동안 입술에 닿은 부드러움과 온기가 느껴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비 오는 날이 이렇게나 습했던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살며시 입술을 떼고 나니 내리 깐 속눈썹이 보였다. 나직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대답은 충분한 것 같네요. 싫진 않으셨죠? 제가 아무에게나 다정하게 대하는 게 아니에요. 티 좀 내본 건데.."

얼굴이 다시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
.
.

"빨리 먹어 은유야! 이거라도 먹어야 살 더 안 빠져!"
"윽 김치가 파래;; 너 같으면 먹겠냐."
"평소에도 이런저런 핑계 대며 안 먹으면서. 눈 감아봐, 내가 먹여줄게."
"쓸 때 없이 진심이네."
"니 안을 때 포근하지가 않아!!!"

오늘도 큰소리가 오간다. 사실 내 잘못 십 할이긴 한데, 음식이 파란데 먹겠냐고. 그래도 이 사랑스러운 연인은 내 입에 꾸역꾸역 숟가락에 얻은 밥과 김치를 넣어준다. 아 입술 튀어나왔네. 귀여워.


"아 방금 밥 먹은 입으로 뽀뽀하지 마!"
"그러면 니가 귀엽지를 말던가요."
"와 진짜 어이가 없어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입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껄이지만, 어느새 빨개진 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귀여운 생명체를 어찌하면 좋을까. 오늘 온종일 떨어지지 않고 딱 붙어있어야지.

밖에서는 또 비가 오고 있었다. 빗소리와 연인의 목소리밖엔 들리지 않는 평온한 날. 여느 때처럼 전쟁 같은 식사를 해치우곤 식곤증이라며 서로에게 기대 누워있는다. 습관처럼 눈이 감겼지만 나는 이 사람을 더 오래 보고 싶어 눈을 부릅떴다. 그때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유야.. 너가 이래서 나 오늘도 보호자 신분으로 강의 쨌잖아... 미친놈아 내 진도는!! 하도 안 나가서 동기들이 나까지 레인버스인 줄 알겠다!!"
"나 너 없으면 온종일 자기만 하고 밥도 굶을 거거든? 이런 거 제일 못 참는 사람이 너일 텐데? 그리고 너 목소리 없으면 너무 심심해."
"레인버스가 권력이냐 이 웬수야!"

말을 더 이어나가기 싫어서 채온의 품에 파고들었다.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는 이 손길. 사귀길 잘했네.
고개를 들어 티브이를 보니 옆에서 파란 장미가 여전히 활짝 피어 있었다. 전에 찾아보니 꽃말이 기적적인 사랑이라는데, 이거 완전 우리잖아! 그래서 사놓은 거야? 아유 사랑스러워!



"아구 착해 우리 애기."
"아 또 왜 이래 얘가 미쳤나."
"내가 사랑해서 그렇지~"
"윽 비켜봐 나 갈거야."
"가긴 어딜 가? 너 내 옆에서 떨어지면 내가 우주 끝까지 쫓아가서 저주할 거야. 너도 레인버스 당해보라고!"
"그래 치사해서 안 간다."
"너 떠나면 진짜 안돼.. 난 누구 목소리 듣고 살아."
"내가 너를 두고 떠나긴 왜 떠나. 이 바보야."
"뭐야 바보 감동이다. 초심 찾았네. 그런 기념의 뽀뽀 쪽."

"아 너 양치 안 했잖아!!"

"자기야아 봐주라아!"










이젠 평생 비만 오면 좋겠다.
내 파란 세상의 기둥 하나,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거든.






- Blue & Rose, end.









중간에 옮기다가 한번 날려먹어서 눈물을 머금고 초판 찾아서 수정했습니다.. 아직도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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