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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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1 22:24조회 50댓글 6ne0n.
햇살이 유리잔에 부딪혀 잔잔한 파문을 만들며 반짝였다. 유리잔 속 음료 표면에 일렁이던 빛이 마치 그날의 우리를 닮아 있었다.

조용한 노래가 흘렀고, 바람이 커튼 사이를 스쳤다. 너는 손끝으로 잔을 들어올리며 웃었다. 그 웃음이 공기 속에 흩어져 마치 오래된 필름의 한 장면처럼 우리 사이에 남았다.

그날의 대화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이번 주의 날씨 이야기, 근처에 새로 생긴 가게, 그리고 사소한 농담들. 하지만 그 모든 게 왠지 모르게 마지막 같았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흘렀지만, 그날 오후의 태양 빛만은 유난히 느렸다. 햇살이 바닥에 길게 누워 우리의 그림자를 엮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 계절이 끝나면, 우리는 서로를 잊게 될까?’

너는 그 말을 듣지 못한 채 유리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 손끝의 온기가 내 마음 어딘가를 천천히 녹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침묵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에는 모든 게 다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햇빛이 천천히 기울고, 우리의 웃음이 희미해지고, 시간마저 잠시 숨을 고르듯 멈춰 있었다.

나는 그 느린 순간 속에서 네 얼굴을 오래 담아두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커튼 사이로 스며들던 빛, 잔 속에 일렁이던 계절, 그리고 그 모든 것보다 더 선명했던 너의 눈빛.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짧은 계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계절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오후의 햇빛이 유리잔에 파문을 만들 때마다 그날의 공기가 내 곁을 스쳐간다.

어쩌면 우리는 그날의 오후 어딘가에 여전히 머물러 서로를 잊지 못한 채 조용히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끝나버린 청춘의 한 페이지이지만, 아직도 빛을 잃지 않은 우리의 계절처럼.

@ne0n. :그날의 오후는 영원한 우리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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