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추운 날 밤 대뜸 찾아와서는, "날 잊어주세요." 하고 떠난 그대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게 꿈이었다면 좋겠습니다. 다 추위에 떨고 있던 어린 나의 희망에 젖은 꿈이였기에 눈을 뜨면 모든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있기를 바라요.
그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라서, 여전히 그대의 부엉이가 물고 올 편지를 창가에 앉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염없이 그대를 기다리다 보면 작은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런 나를 한심히 여기신다면, 측은심이 드신다면, 부디 조금의 흔적이라도 내게 주시길 바랍니다. 잊어달라는 마지막 부탁은 못 들어드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제가 그대를 잊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오늘처럼 눈이 내린 하얀 세상 한 가운데에서 함께 추위를 녹이던 오두막에 혼자 있으니 괜시리 외로운 마음이 듭니다. 아직도 그대가 만지작거리다 비틀어진 선반이 여기 있어요. 꺼냈다가 잘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대의 손이 닿았던 물건이기에 그냥 두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곳에서 그대의 손이 안닿은 물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각별했던 사이임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왜인지 기쁩니다. 그대가 없는데도 제가 감히 기뻐해도 되는걸까요? 그대 덕에 제가 조금의 기쁨을 느낀것이니, 그대 없는 내 삶에서 이 정도는 조금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그대를 향한 편지를 적어봅니다. 그대가 어디있는지도 모르지만, 아니, 살아있는지도 나는 잘 모르겠으나… 이 편지가 닿기만을 간곡히 바랄 뿐입니다. 계속해서 보내다보면 언젠가는 닿지 않을까요. 편지만이 아니라 제 마음만이라도 닿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해요. 사랑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이미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대여. 보고싶어 미칠 지경입니다. 나는 언제나 이 곳에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 좋으니 부디 그 날처럼 대뜸 찾아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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