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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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10:47조회 87댓글 1해온
| https://curious.quizby.me/URZ8…

- 같이 바다나 갈까.
- … 어?

딱 한 순간에 들려온 네 말 한 마디에 고개를 돌렸다. 무해해보이던 미소를 짓던 네가 눈에 들어왔다. 진심일까? 바다를 보러 가자는 약속을 건네던 것은.

- 진짜 가려고? 언제.

내 말에 잠시 고민하듯 네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무해한 웃음을 이은 고민이라니, 참.

- 오늘 어때?
- 상관은 없지.

오늘이라. 시간도 여유로운 날을 잘 챙겼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네가 잡는 약속은 흔하지 않았으니. 대부분 회피하였다고만 들었는데. 속으로는 신기하다는 마음을 감추려 들 뿐이었다.

- 그러면 오늘 밤에 보자.

순식간에 떠나갔다. 나는 네가 떠난 곳을 향해 자그맣게 손을 흔들었으며, 그 순간은 바람마저 나를 이끌듯 다정하게 불었다.

- 할 말이라도 있나.

집 안에 들어와서도 생각에 잠겼다. 약속이란 약속은 회피하였으면서 내게? 할 말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 … 뭐 가고나면 알겠지.

베개 속에 머리를 푹 집어넣었다. 다가올 밤을 기다리며.

지이잉. 설정해놓았던 알림이 시간 맞게 울려대고 있었다. 졸았는지 몸이 찌뿌둥해서 일어나기 매우 귀찮았다.

- 으음.

그래도 일어나야겠지. 피곤에 찌들 것만 같은 몸을 일으켜 준비했다. 다 끝내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고서야 네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 많이 기다렸어?
- 아니야, 나도 이제 막 온 참이라.

- 가자.

네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네 뒤를 따랐다. 평소엔 바보 같다고만 여긴 모습이 이제 보니 달리 보이는 것 같았다. 환상이려나? 나는 속으로 곱씹었으며 밖으로 나오니 칠흑 같은 밤을 지나 가로등에 마주하였다.

- 이쁘네.

뭐가 이쁘다 한 것일지도 몰랐다. 순간 튀어나온 제 말을 통제하지 못한 탓에, 너도 들었을까. 너는 듣지 못한건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앞장 섰다. 나는 함께 네 자전거를 탈 때까지도 네 대답을 듣지 못했다.

- 꽉 잡아.

그 말을 끝으로 너는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나는 너를 꽉 잡고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너에 대한 고민은 저 바람에 흩어진 걸까. 피부를 스치는 이 바람에 전부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 다 왔네.
- 따라 와, 좋은 곳을 알아.

네 말을 따라 향한 바다는 참 아름다웠다. 칠흑 같던 밤하늘 위에 떠오른 달에 비추어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황홀하다는 말은 이런 순간에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

너의 말에는 망설임이 묻은 듯 말이 느렸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너를 잠시 바라보았고.

- 내게는 더 예쁜 게 있어서 답을 하지 못했네.

그러고는 내게 한 발짝, 두 발짝 다가오더니 내 귀에 속삭였다.

- 네가 더 이뻤을 뿐이야.

그러고는 내게 꽃 한송이를 쥐여주었다. 마가렛 꽃 한 송이가 내 두 손에 꼬옥 담긴 것이. 꼭 네 마음을 쥔 것만 같았다.

너는 더 이상 말 하지 않아도 알겠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함께 바라보던 눈빛 사이에는 바다의 반짝이던 윤슬이 있었다. 꽃이 개화하듯, 붉은 인연이 깊게 피는 순간이었다.

_ 꽃이 개화하던 바다의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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