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6 19:09•조회 29•댓글 2•공미아 × 유하계
ㅤ역시 신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ㅤ내가 그토록 빌었잖아. 언제까지고, 아니. 누가 영원히 행복하게 해달래? 그냥··· 성인때까지만이라도 건강하게 우리, 함께 해달라고. 그런 소소한 내 소원을 그렇게 부숴버릴 수가 있는거야? 신이 그래도 돼?
ㅤ있잖아, 하늘아. 처음엔 나 너를 따라갈까 생각도 해봤어. 근데 그러면··· 너가 너무 미안해할 것 같아서. 그건 내가 더 힘들어지니까. 아마 너라면 내 행복을 우선시할 것 같아서··· 그래서, 학교에 가보려고 해.
ㅤ그치만, 약속해. 난 행복해지지 않을거야. 결코 너를 두고 나 혼자 행복해지지 않을거라고. 뭐, 노력할 필요도 없겠지. 너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행복하겠어?
ㅤ***
ㅤ그 날 내가 학교에 갔을 때,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모두 달려왔다. 그 애들은 들어봤자 쓸모도, 도움도 안되는 그저 쓰레기같은 말들만 지껄여댔다.
ㅤ"서하늘, 진짜 죽었어?"
ㅤ"어휴, 서하늘 과보호에서 드디어 벗어났구나 백하야! 나 사실 너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서하늘 때문에 못 다가간거였어."
ㅤ"그럼 너 걔 하나 죽었다고 여태 학교 안나왔었던거야? ···진짜 이상하다."
ㅤ모두가 서하늘을 안좋게 보고 있었구나. 모두가 날 미워한 건 아니였구나. 알 수 없는 해방감과, 알 수 없는 두려움. 그 순간, 나는 그 감정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ㅤ콩ㅡ
ㅤ쿵, 도 아니고 쾅도 아닌··· 콩. 콩 하고 나와 그 아이는 부딪혔다. 진한 이목구비와 턱선, 여우를 닮은 매서운 눈매. 부딪힌 순간 알아챘다. 잘못 걸리면 큰 일난다!
ㅤ그치만 꽤,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ㅤ"아, 괘안나. ㅁ, 미안타! 내가 몬봐서... 그, 아, 니 내 모르제? 내 전학생이다. 니 없을 때 온. 같은 반. 아, 이게 아이고··· 어디 아픈데 있나."
ㅤ생각보다 세심하게 날 걱정하는 그 애의 모습과, 밖에서 놀다 왔는지 흐르는 땀방울과, 햇빛에 탄 구릿빛 피부가 왜인지 그 날따라 멋지게 느껴졌던건 기분탓이였을까.
ㅤ붉어졌을 내 볼을 가리며, 시선을 피하고 나는 쥐똥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ㅤ"나, 나는 괜찮아···!"
ㅤ그리고 그 애에게 볼품없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 애가 왔던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아, 엄청나게 창피한 첫인상이 되어버렸겠지.
ㅤ하늘아, 그 애는 정말 멋진 애야. 생긴 것과는 아주 다르더라. 학교에서 어떤 이미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미안해. 너가 없는데··· 나 행복해서는 안되는데. 그 애에게 반한건 아니야. 절대,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나는 너밖에 없으니까··· 이제, 학교도 안올게. 그러니까,
ㅤ오해하지 말아줘, 하늘아···.
ㅤ혼란스러운 감정과, 갑작스러운 모든 일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태풍은 금세 내 머릿속을 망가뜨렸고,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ㅤ"하늘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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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계
66 멋지게 느껴졌던건 기분탓이였을까.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