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심장에 칼 꽂기 1화 — 불꽃이 일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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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7 21:06조회 55댓글 2하루
도시의 밤은 언제나 묵묵히 내려앉았다.
네온사인이 은은하게 번지는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들이 서로 뒤엉켰다.
공기는 차가웠고, 가끔 지나가는 차들의 엔진 소리가 고요한 밤을 깨웠다.

한서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발끝에 닿는 자갈 소리가 작게 울렸고, 그녀는 그 소리에 맞춰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빛은 빛을 잃은 채 멀리 어두운 도시를 응시하고 있었다.

서진은 오늘도 이렇게 도시의 심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블랙 호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범죄 조직의 한 사람으로서, 그녀가 할 일은 치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늘 차갑고 외로운 일이었다.

서진의 손가락은 주머니 속에서 작은 라이터를 꺼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금속, 그녀는 무심한 듯 불을 붙였다.
작은 불꽃이 춤추며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불꽃은, 얼마나 오래 타오를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작은 불꽃은 금세 꺼졌고, 그녀는 다시 주머니에 라이터를 넣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피부에 닿자, 서진은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멀리서, 도시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불빛들은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서진의 삶도 그 불빛들처럼 복잡하고 어두웠다.

서진이 속해 있는 ‘블랙 호크’ 조직의 본부는 오래된 건물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벽돌이 벗겨진 낡은 외벽과 대비되게, 내부는 최신식 컴퓨터 장비와 여러 모니터로 가득했다.
여기서는 매 순간 정보가 흐르고, 누군가의 목숨을 좌우할 결정들이 내려졌다.

서진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방 안에는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와 컴퓨터 화면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몇 시간째 분석하던 ‘레드 팬텀’ 조직의 움직임이었다.

그때, 문이 살며시 열렸다.
“서진 씨.”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진은 고개를 들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윤서영을 바라보았다.
서영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조직에서 정보원으로 일하는 동료였다.

“오늘은 좀 늦게까지 일하네.” 서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 한켠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다.

“민석 쪽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어. ‘레드 팬텀’이 뭔가 준비하는 것 같아.” 서영이 말을 이었다.

서진은 잠시 모니터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쪽도 대비해야겠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서진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 두 조직 사이에서,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이란 존재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문득 생각했다.
‘준호 오빠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이준호. ‘블랙 호크’의 리더이자, 그녀의 첫사랑.
그의 존재는 늘 그녀의 심장을 묵직하게 눌렀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구분이 어려운 감정들.

그때, 무전기에서 갑작스러운 경고음이 울렸다.
“본부, 외부 출입구에 의심스러운 인물 포착.”

서진과 서영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서진의 눈빛은 빛을 잃지 않았다.
이 도시의 어둠 속, 또 다른 불꽃이 곧 일어날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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