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하늘 속에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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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4 09:08조회 52댓글 05eo1z
□ kkabi



하늘 속에서 길을 잃었다.

사실 길을 잃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으니까.

내가 누군지 이곳에 내가 왜 있는지 난 알지 못한다. 그저 이곳이 하늘 속 어딘가 미지의 곳이라는 사실만이 이 상황을 뭉뚱그려 설명해 준다.

노란빛이 물든 구름 사이 구름 사이를 기웃거리며 이곳에서 나갈 방법을 찾아다닌 지 대략 10년이 됐을 것이다.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 이곳에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

사실 이곳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그 때문에 처음 보는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보편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가끔 푹신한 구름을 밟을 때, 저 멀리 하얀 설산 같은 구름에 닿으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가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다다르면 언제나 새로운 구름이 날 마주한다. 끝이 없는 여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지는 꽤 되었지만 이 여정을 멈출 생각은 없다. 이 여정을 멈추면 이곳에서 나가길 포기하는 꼴이 되니까.

* 아, 그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이곳에 나가면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고요하고 보이는 것뿐이라곤 끝없는 구름뿐인 이곳과는 다르길 바란다. 이곳은 지루하기 짝이 없으니까.

다른 누군가라면 이곳을 장관이라 표현하겠지만, 평생 본 게 한 똑같은 장관이면 누구나 지루할 것이다. 이 사실만은 확신한다. 지금 그걸 내가 겪고 있으니까.

아니 사실 이게 나에게 장관인지도 모호하다. 평생 본 게 이 풍경인데 이게 장관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걷는 이 순간에도 나는 저기 멀리 보이는 설산 구름을 따라 몸을 바삐 한다. 귓가에선 차가운 바람이 스치며 나의 온기를 뺏어갔다.

파랗던 하늘이 어느덧 빨갛게 변해 있었다. 언제쯤 이곳에서 나갈 수 있으리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난 이곳에서 나갈 것이란 거다. 그때까지 날마나 열심히 지내며 나갈 날을 기다릴 것이다. 이 반복되는 하루를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그곳에 닿을 것이다.

그때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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