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2 19:50•조회 10•댓글 1•렝 //
드륵-
언제나 그랬듯 교실문은 같은 소리만 내면서 같은 장면만 보여줬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쌤.
그런데 왜 오늘은 그게 그토록 반가웠을까.
`` 안녕하세요 ``
쌤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답은 뻔했다.
못들으셨겠지.
그래도 괜찮다. 씹는건 아니니까.
드륵-
또 문이 열렸다. 들어온 애도 같은 장면을 보았겠지?
`` 쌤 안녕하세요 ``
그 애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 안녕, 혜진아 ``
혜진. 이혜진. 나름 꽤 괜찮은 애였다.
인싸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뭐 문학에 많이 등장하는, 그런 애.
혜진이는 쌤의 인사가 만족스러운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자리를 찾았다.
바로 내 앞자리.
`` 안녕, 수현아 ``
드디어 나에게도 말을 거는 사람이 생겼구나.
나는 최대한 인상이 좋아보이도록 대답했다.
`` 안녕 ㅎ ``
혜진이는 내 필통을 조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 우아, 너도 검정색 좋아하는구나?! 내 친구들 다 흰 색 좋아하던데... ``
`` 응. ``
`` 아니 ㅋㅋㅋ 나는 여자랑 남자 최향 존나 갈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ㅋㅋ ``
근데 십대들은 대부분 검정색 좋아하지 않나. 그래도 좀 어울릴 친구는 있는게 좋지.
`` 그니깐 나도 ㅋㅋ 니 취향 별로 나쁘지 않다 ㅋㅋ ``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떠들었다. 연예인 근황, 웃긴 썰 등등.
이렇게 보니 혜진이가 왜 인기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중간중간 쌤이 욕하지 말라고 계속 눈치를 주셨지만, 우리는 애써 모른 척 했다.
친구를 위해서.
드륵-
들어온 애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만약 나처럼 작은 목소리여도, 입은 뻥끗 할텐데.
그래도 나와 혜진이는 계속 떠들었다. 아직은 수업 시간 전이니까.
그래도 우리의 수다가 시끄러웠는지 그 애는 자꾸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보니까 그 애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마침내 그 애가 우리 쪽으로 왔다. 그러더니 우리를 노려보고 다시 자리로 갔다.
혜진이는 그게 불쾌했는지 나한테 귓속말을 했다.
`` 씨발 졸라 재수 없어 저 쌔끼 ``
`` 그니까. ``
솔직히 나는 혜진이 말과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으니까.
`` 참, 너는 작년에 전학 와서 잘 모르려나? 아무튼 서라 쟤 지가 제일 똑똑한 줄 알아. 막 내가 다가가면은 노려보고 그런다니까? 너도 알잖아, 내가 공부 개못하는거. ``
맞다, 걔 이름이 서라였지. 아직 개학한지 얼마 안되서 얘들 이름을 자꾸 까먹는다.
혜빈이는 그 말을 하고 껄껄 웃었다. 나도 살짝의 미소를 지었다.
혜빈이는 나에게 귀속말로 서라의 뒷담을 더 깠고, 나는 그 말에 계속 동의하는 척을 했다.
서라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걸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