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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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07:43조회 84댓글 2청해
라일락은 첫사랑을 닮았다.
짙지도 연하지도 않은 그 보랏빛은,
마치 마음을 내어 보이는 순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함께 품고 있다.
꽃은 피는 순간부터 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라일락의 계절은 짧고,
그 향기는 오래 기억된다.
첫사랑도 그렇다.
지나가면서 남기는 것은 눈물보다 향기다.

해바라기는 묵묵히 해를 좇는다.
온종일 같은 방향만 바라보는
그 집요함이 때로는 눈물겹다.
해가 저물어도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변치 않는 사랑을 배운다.
기다림을 안다는 것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과 같다. 쉽지 않다.
그래서 해바라기 같은 사랑은 귀하다.

데이지는 순수함의 표정이다.
바람에 가장 먼저 흔들리고,
비에 가장 먼저 젖는다.
그럼에도 다시 햇살을 향해
고개를 드는 모습이 아름답다.
데이지를 닮은 사람을 만나면,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 순수함은 세상이 주는 어떤 것보다 희귀하다.

장미는 사랑을 말하지만, 동시에 상처를 말한다.
가시에 찔려 본 사람만이 장미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한다.
사랑은 늘 그렇게 완전하지 않고,
그래서 더 간절하다.

꽃말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꽃에게 이야기를 맡기고,
꽃은 그 이야기를 계절마다 다시 꺼내 보여준다.
그것이 꽃말의 힘이다. 우리가 잊어도,
꽃은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꽃이 아니라,
그 꽃을 바라보던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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