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vi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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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2 11:52조회 55댓글 05eo1z
나와 미하엘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것은 ' 도망치자 ' 일지, ' 맞서자 ' 일지 정확히는 분간이 어려웠다.

* 안 계십니까? *

정부 경찰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물었고, 나와 미하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죽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도망치자 ' 의 뜻에 무언의 대답이었다.

* 에이, 허탕이네... *

정부 경찰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나와 미하엘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긴장해 절어 주저 앉았고,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못했다는 표현이 더욱 알맞을 것이다.

미하엘은 특히 불안에 약한 사람이라 삽십 분이 넘은 지금까지 계속 손이 떨리고 있었다. 또 저 작은 두뇌로 같잖은 망상이나 하는거겠지.

* 미하엘, 진정하고... 나중에 또 오더라도 그것보다 더 우리가 일찍 서신을 보내면 그만이야. 진정해.

미하엘은 내 목소리에 잘 반응했다. 진정하라는 말은 특히 미하엘의 불안에 특화된 것처럼 보였다.

* 우리... 어떡해... 정부 경찰에게 잡혀 가는 거 아니지...?

아직도 미하엘은 시덥잖은 망상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미하엘의 손을 맞잡아 움켜쥐었다.

* 미하엘 그렛시. 오늘 내로 정부의 이메일에 서신을 보낼거야. 최소 사흘에서 보름 안까지 정부로 찾아가겠노라고. 그 사이에 우리는 도망을 쳐도 되고, 더 고민을 해볼 시간도 많아. 그러니 그만 진정해.

미하엘은 그제야 안심한 듯싶었다. 그렇게 몇 십 분의 정적이 흐른 뒤였을까.

* 아담... 미안해. 또 네게 신세를 졌어.

전부터 그랬다. 미하엘은, 청부업 일을 하는 사람 치고는 너무나 선했다. 물론 사람을 살인할 때 또 달라지겠지만... 내게 보여지는 모습은 그러했다.

* 됐어, 이정도 가지고. 그나저나, 너 한 시에 의뢰인 미팅 있다고 하지 않았냐? 지금 열두 시 사십 분이야.

내 말에 미하엘은 깜짝 놀라 고개를 젖혀 시계를 바라보았다. 열한 시 이십 분이었다.

* 아담! 또 장난이야? 하여간... 넌 변한 점이 하나도 없어.

내 농은 완전히 미하엘의 불안을 덜어내기 위함이었다. 내가 시가를 피울 때가 아홉 시였는데, 벌써 열두 시 일리가. 미하엘도 꽤 순수한 면이 있나보다.

* 이제 좀 불안은 사라졌어?

미하엘은 고갤 들어 날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나는 그런 미하엘의 모습이 좋았다. 이건 내가 동성애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미하엘이 웃는 모습은 내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 그래, 고마워, 아담. 오늘 석식은 내가 결제하도록 하지.

나, 아담 아델론의 이름을 걸고 미하엘은 선함을 보증할 수 있었다. 성경에서도 보증은 서지 말라고 했건만, 이상하게 몇 년 안 본 미하엘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래, 미하엘. 이걸 고맙다고 해야할지.

나와 미하엘은 마주보며 웃었다. 비록 차가운 마룻바닥 위일지라도.

~

* 아담! 나 나가볼게. 저녁 즈음 돌아올 것 같으니 그 때 집에서 봐!

나는 외출하는 미하엘의 모습을 보며 외로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미하엘을 떠나보내고 창밖을 바라보니 푸르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나를 반겼다. 밑을 내려다보자 미하엘의 살짝 장발인 백금발의 머리가 반짝였다.

* 저런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도 이런 더러운 업종에 종사하다니.

나와 미하엘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많이 달랐다. 미하엘은 푸른 청안에 목 뒤를 살짝 덮는 백금발이었다. 게다가 피부는 또 어찌나 하얀지. 공부를 한답시고 안경을 쓸 때면 그 피부가 더욱 빛났다.

그렇지만 나는 새까만 군인 머리에 눈 마저도 새까맸다. 마치 우주의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피부는 미하엘과 반대로 정말 까맸다. 이젠 내 신체 중 하얀 부분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미하엘이 손에 더러운 피나 묻히는 더러운 업에 종사한다니. 모델이나 배우를 해도 성공할 듯한데. 살인청부라니.

*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나는 그렇게 멀어져만 가는 미하엘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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