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했던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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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6 11:29조회 30댓글 1포엠
저 새도 하늘을 갈랐던 순간이 있었다

힘껏 파닥이지 않아도 활공할 수 있던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새는 푸른 하늘 사이에서 고민 따위 없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어떤 것들은 위로 날았다.
그리고 또 어떤 것들은 추락했다.

새에게 하늘은 세상이다.

그러나 바닥을 기도록 진화한 것들이 있었고
날개를 잃은 새가 있었고
세상이 개벽할 때가 있었다.

납작했던 비둘기를 바라보며
오지 않은 끝을 생각했다.

돌이키면 의미 없겠지만

납작했던 비둘기와
돌덩이가 떨어져도 움직이지 않는 날개들과
바다 깊은 곳이 하늘인 줄 알고 떠다니는 나비와
죽기 전 파닥거리는 붕어들과
아무래도 잊지 못하는 새들

유리창에 부딪힌 것들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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