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너머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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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3 20:00조회 33댓글 1유하을
새벽 3시 17분.

민준은 또다시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톡.
톡.
톡.

처음에는 윗집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오래된 배관 소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 번째 밤부터는 확신했다.

누군가 벽 안에 숨어 있었다.

관리인은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은 콘크리트입니다. 사람이 들어갈 공간은 없어요."

민준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관리인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왼쪽으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할 때 사람은 그런 눈을 한다.

그날 밤 그는 망치를 들고 벽을 깼다.

하얀 먼지가 방 안을 뒤덮었다.

그러나 벽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의 민준이 부모와 함께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진 속 부모의 얼굴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

다음 날 다시 사진을 보니 이번에는 자신의 얼굴이 흐려져 있었다.

"내가 사라지고 있는 건가."

그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 자신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웃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

거울 속 자신은 입을 움직였다.

"이제 네 차례야."

민준은 비명을 지르며 거울을 깨뜨렸다.

산산조각 난 유리마다 다른 표정의 자신이 있었다.

웃는 자신.
우는 자신.
분노하는 자신.
그리고 눈이 없는 자신.

며칠 뒤 경찰은 그를 발견했다.

방 안은 조용했고, 벽은 모두 허물어져 있었다.

민준은 창가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는 조용해졌어요."

경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

아무도 손대지 않은 맞은편 벽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톡.
톡.
톡.

경찰은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착각이겠지."

방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벽 너머에서는 누군가가, 아주 천천히,

다음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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