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無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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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30 16:18조회 75댓글 2청소다
[ 무제 ( 無題 ) ]

― 네가 잘못했잖아. 상황 파악이 안 돼? 사과나 해.

가면을 쓰고 내게 줄을 조여오는 사람들. 줄은 살갗을 파고들어 내게 고통을 안겨준다. 아무리 발악하며 몸부림쳐도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뿐.

줄이 조여지자 점점 숨을 쉬기도 버거워졌고, 답변할 의지도 원래 없었던 마냥 사그라들었다.

― 왜 말 안 해? 말 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입을 떼려 해도, 작은 신음만 내뱉어질 뿐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통증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줄기는 뺨을 스치고 지나가 바닥에 툭 떨어질 뿐이었다.

― 하··· 야, 운다고 다 되는 줄 알아? 사과 하라고.

이젠 그 눈물마저 차갑게 식어버렸다. 점점 날 몰아가는 그들의 거친 손길에 식은땀이 고였다. 날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워? 됐어, 너랑은 끝이야.

근거 없이 사과를 강행 시키려 하는 그들이 미웠다. 무조건 나만 몰아가는 그들이 싫었다. 날 묶었던 줄은 풀렸지만, 대신 다른 것이 묶여있었다.

대체 왜 나를 버리셨나요, 마치 영원할 것처럼 약속해 놓고 나를 저버리셨나요.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 왜 내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나요.

의구심은 그저 내 머릿속을 핑 돌 뿐이었고, 지금 내게 남은 건 끝없는 허무함 뿐이었다.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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