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어색한 첫날"

"진짜 아무도 안 해?"
"아무나 누구한테 주든 주면 바로 걸리는 거야."
"안 챙겨주면 어떻게 돼? 내 마니또 진짜 싫어.."
"누군데?!!"

다음 날 아침, 교실은 어제보다 더 조용했다.
누가 누구의 마니또인지 서로 눈치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의심되는 행동을 취하지 않자, 어색함만 잔뜩 흐르고 있었다.
마니또라는 이름의 작은 게임은, 첫날부터 조용한 심리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야, 김시연. 이거 너가 하윤이한테 줬지?"
"뭐, 또 뭐? 나 안 했다니까. 윤서아, 너지?"
"아니, 나 아니야. 진짜 안 했다고."

김하윤네 무리는 원래도 시끄러운 애들이었지만,
오늘따라 더 조심스럽게, 게다가 더 시끄럽게 살피고 있었다.
누가 준 건지도 모르는 간식 하나에 대화가 세 번쯤 돌았다.

"이거 누구야? 너무 노골적인데?"
''하윤이가 받은거야? 그럼, 진짜 너 아니야, 윤서아?"
"...하, 아니 아까 과학쌤이 준거잖아! 하윤이가 발표해서!''
마지막 말에 뭐가 재밌다는 건지 4명의 여자애들이 까르륵 웃었다.

하윤이는 별말 없이 가만히 있었고,
김시연 책상 위에 놓인 간식을 슬쩍 뒤집어 본 뒤, 가볍게 웃었다.

그 시각 우리는,

"야, 그 종이 뭐냐?"
"뭔 종이?"
"니 책 옆에 있던 거. 내가 방금 봤는데"
"아이 씨... 몰라."
"아~ 뭔데 뭔데~ 설마 벌써 편지 쓴거임?"
"아니라고!!"

준호는 흥분했고, 민규는 당황했으며,
강현우는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현우가 말했다.
"아무도 안 하겠지 했는데...
의외로 다들 뭔가 하고 있긴 하네."

나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누군가가 슬쩍 간식을 책상에 올려놓는 장면,
누군가는 쪽지를 쓰다 지우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굳은 표정까지.

첫날인데도, 교실은 평소와는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아무것도 안하는 척 하면서도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는 그 표정들.

그 사이, 나도 하윤이를 몇 번이나 바라봤다.
아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뭘 좋아하는지, 어떤 간식을 좋아하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걸 보면

게임은 이미 시작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