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20:45•조회 26•댓글 0•한 애 유
포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긴 여름이 지나고, 돌아온 가을이었다. 개학이라는 큰 숙제와 함께 찾아온 나뭇잎이었다.
ㅡ
- 자, 얘들아, 우리 4반 보고 싶었지?
허다원 선생님, 자칭 트렌디 힙 쿨 선생님. 웃긴 말이었다, 나뭇잎도 웃으며 떨어질 그런 말.
ㅡ
- 자, 그럼 쉬는 시간 하자!
선생님은 빠르게 7반으로 걸어갔다. 그 걸음걸이가 겨울을 재촉하는 듯했다.
- 야, 유다예! 매점 가자, 매점!
- 그래, 매점 가자!
한유연, 하여간 먹을 건 더럽게 좋아해서 참. 매점은 사람이 차고 넘쳤다. 좁은 공간에 많은 아이들이 비좁게 들어차있었다.
- 야야, 쟤 백하민 아니야? 전교회장 백하민!
- 음, 그러네. 근데 그게 왜?
- 아니 지금 백하민을 봤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어? 그 잘생겼다는 백하민이잖아!
잘생기긴 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가을날에 벚꽃이 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학교는 끝났다. 학원이라는 공항에서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듯, 기분은 아주 별로였다.
학원은 언제나 그랬듯 지루했고 겹겹이 쌓인 답답한 마음이 한글자씩 곱씹혀 적혀나갔다.
- 자, 오늘 수업 끝이다. 잘 가!
떼거지로 몰려든 사람들에 치여 정신 없이 밀려나갔다. 하마터면 버스를 놓쳐 10분을 낭비하며 홀로 서있을 뻔했다.
버스 문이 열리자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마치 좀비들이 달려드는 듯 했다.
또 다시 집에 돌아와 모든 나의 할일을 끝내니 공허함과 무모함만이 남은 방만이 남아 눈을 감게했다. 가로등 하나 있는 야심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