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온사인 가득한 찬란한 밤의 도시에서 밤산책을 한다. 길거리 노닐며 보이는 찬란한 도시와는 대비되게 참담한 나의 모든 것은 쉽사리 절망하기에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도 죽으려고 생각하고 옥상에 올라간 그 날은 눈 때문에 죽기 좀 아깝다고 생각해서,
물 가득 받은 그 날은 어항 속 금붕어 같은 꼴은 싫다고 생각해서,
밤을 뱉어내고 해매는 그 날은 거리의 불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죽음조차 포기하고 감정을 품지 않은 채 무덤덤하게 오늘도 밤을 걸을 뿐이다.
이럴 땐 이렇고 저럴 땐 저렇고 이래저래 죽기도 힘든 요즘 사회에선 굿바이도 굿모닝도 어렵다.
각성제를 과다복용하고 가까스로 붙잡은 정신 이끌고슬픔 24회 겪으면 기쁨 7회 찾아올까 싶어 시도해봤더니 그것도 아니더라.
속이 빈 견과류같이 변명만이 들어있는 내 참담한 심중은 밖에서 보면 놀랍도록 찬란히 빛난다. 이게 바로 그 요즘 세대의 허영심이라는 건가?
여러 보정으로 덧칠해서 원래의 맛 같은 건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사진용 디저트도 월간 구독제로 볼 수 있는 영화도 전부 멋부림이라면...
결국 철학도 사회학도 아닌 그저 쓸데없는 잡생각에 불과한 몽상 해나가며 이렇게 세련된 거리를 거닌다. 그러다 빛나는 원더랜드에서 어지럽게 흐드러피는 나팔꽃들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심야 내내 회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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