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순히 벌린 목구멍을 겨눈 나이프가 썬 것은 이성! 설탕에 절여진 뇌가 과열된 몸에 녹아가는 것도 모른 채 그들은 신발이 닳도록 춤을 추었다.
어쨌든, 나의 덕에 행복했으면 된 거죠.
제 몸만 한 큰 캔버스에 온갖 물감을 튀기는 그는 자신도 함께 하나로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색을 띠고 있었다. 그는 예술성에 집착했다. 정작 본인이 진정한 예술성을 고집하면서도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몰랐기에 미쳐가고 있을 뿐. 깨닫지 못함을 약점이라 여기며 거짓 발린 말로 으스대더니 아무래도 꼭꼭 숨기며 밀어내고 모르는 척 하였던 사실은 끝내 사라지지 못한 모양이다. 오히려 본능과 감정을 먹이로 삼아 남몰래 풍선처럼 조금씩 부풀며 이성을 짓이겼다. 그 거대한 것이 한순간에 터져버리면 그는 분명히 더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게 되겠지. 새까맣게 썩은 뇌가 자꾸만 괴성을 토해내는 것이 흩뿌려져 겨우 미세하게 잔존하는 정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고통과 쾌락을 분간하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저는 그런 그가 안타까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도 날 거부하는 듯했어요. 하지만 결국에 선의로 내민 손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는걸요. 궁극에 다다르지 못해 미쳐 죽어버리는 것보단 이게 훨씬 낫잖아요? 그런 논리라면 안락사라는 개념도 모조리 태워버렸어야죠.)
이내 울렁이는 시야에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불안에 손이 떨릴 즈음에 강렬한 색채의 스파크가 정신을 덮고, 심장박동의 소리가 온몸에 울렸다. 뼈대를 드러내고 손짓하는 눈에 들어온 모든 것들이 두렵고도 황홀하게 다가왔으며, 그는 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동안의 내 실재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나. 안개가 낀 듯 멍한 정신을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세계는 신화인 줄만 알았던 진리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같았다.
(한번 길을 튼 물은 메마르지 않은 이상 영원히 막기 힘드니까요.)
그가 다시 제정신으로—애초부터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평범한 감각으로—돌아왔을 때, 급히 붓을 잡았다. 어젯밤 꿈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하듯.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처럼. 기억 속에 남은 환각의 찌꺼기를 스케치 삼아 채워 나가는 캔버스는 곧 재빠르게 색으로 적셔져 여백을 잃었다. 툭,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붓을 떨어뜨린 그는 심장을 부여잡고 웃었다. 그건 지금까지 눈을 가리고 살아온 자신을 후회하는 것인가? 그제야 다다른 만족에 기뻐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네, 생각하시는 것과 같아요. 솔직히 한두 번의 일탈로는 별 의미가 없잖아요. 그 이후가 문제죠. 중독이라는 거,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제대로 따라준다면 세상 어려운 일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고작 강한 정신력으로 떨쳐낼 수준이라면 당신이 날 구속할 이유도 없었을테고요. 그렇다고 누군가가 내게 매달리는 걸 즐기는 취향은 딱히 없어요. 내가 원래 그런 놈인 걸 뭐 어쩌겠어요.
그냥 불쌍한 사람들 마지막엔 곱게 보내주자는 그런 선의가 유일했어요. 아니, 동기랄 것도 없는데 뭘 어쩌라는 건지. 누군가가 날 원한다면 내겐 얌전히 도구가 된다는 선택지 외엔 없다는 거 잘 알잖아요. 다들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삼키는 거 아닌가요?)
세계는 순환으로 흘러간다.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도 마찬가지. 적응의 동물은 악순환에 약하다, 이미 틀어진 방향에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뿐. 그마저도 순순히 응하며 악순환도 섭리라 믿는다. 그는 딱히 특별하지도, 신에게 사랑받지도 않은 사람이라서 예외가 되진 못했다.
환각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그러다 자연스레 마지막에는 욕심 때문에 죽는 평범한 최후.
(나는 그 말로만큼은 즐겁기를 바랐어요.)
.
.
.
이제 어쩌시려고요? 유행 막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을 텐데.
서서히 떨어지는 약효에 처음보다 흐려진 그 웃음 섞인 말을 뒤로하고 심문실의 전등을 껐다.
-
https://curious.quizby.me/8U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