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2 18:35•조회 65•댓글 2•Garri
(제목 오타 아니에요! 끝까지 읽으시거나 아래로 스크롤하시면 이유가 나와요!)
-대답
-예, ㅇ, 예
-말을 버벅 거린 게 벌써 몇 번째이냐
-아, ㅈ, 조, 죄, 소소, 송, 죄송함이, ㄴㄴㅇㅇㅇ이다!
-알면서 왜 그러는 게냐? 나는 내 귀중한 시간을 해충 하나로 망치고 싶지 않단다
언젠가부터 그의 혀가 잘리기 시작하였다. 밤마다 1 센치 정도 잘려 나갔다. 굴곡 지고 매서운 이국의 언어로 된 글자들 사이 숫자와 눈금들을 가진 자는 그와 나의 눈물을 감추어 주었다. 내가 울 때면 그의 혀가 잘려 나갔고, 그가 울 때면 나의 눈이 빠져 나갔다. 밤이라는 그 좁디 좁은 칸을 울고 빠지고 느끼는 걸로 채우면서 살아온 셈이다. 뭐, 나야 눈을 다시 넣을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없지만.
그의 혀가 잘리는 것을 나만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어찌 보면 방관자이다. 누추하고 추악한 벌레인 우리들의 주인이, 모두를 사랑한다는 달콤한 아카시아 같은 말을 건내던 우리들의 구원자가, 그의 혀를 잘랐다. 그의 혀는 선홍색이었다. 선홍색 혀가 잘리면서 그는 말을 점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또한 자신의 무기가 점차 입구멍 아주 깊은 곳으로 꺼져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순진무구한 그는 이에 대하여 자신 만의 짐으로 두기로 하였다. 그는 늘 혼났다. 주인에게, 선생에게, 반장에게, 그리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눈빛과 속삭임에게.
나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내심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에 대하여 말하기에 나는 너무나도 부정적인 면만 모은 공리주의자였다. 공리주의가 뭐냐고? 다들 알겠지만, 이 글은 유치원생이 볼 수도 있을 테니 설명을 해보자면,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쾌락을 정의로 여기는 것이다. 나는 그가 주인에게 혀가 잘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 주인이 조직에게 쫓겨나고 그러면 악마가 우리를 가르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 모두에게 좋을 것 없다. 아니 나쁜 것만 있다. 죽도록 맞는다, 우선. 그리고 죽도록 걷어 차인다. 마지막으로, 죽도록 찔린다. -해충이 무서워 하는 건 악마, 좋아하는 건 위선자, 내 양심이 부르는 건 지 조잡하고 추악한 면이 부르는 건 지 모를 노래 탓에 머리가 무거워 진다.
-아, 아아안ㅇㅇ연ㄴ냔ㄴㄴㄴ냥ㅇ영영?
그였다. 그의 눈꺼풀은 무거워 보였다. 무거운 눈꺼풀 아래 그의 선한 눈동자가 마치 뿔이 잘린 사슴이 담긴 호수 같아 보여서 측은지심이 들었다. 그는 착하다. 선하다. 헌신적이다. 친절하다. 뭐, 그외의 단어가 많지만 어쨌거나 착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혀는 불쾌할 정도로 짧아졌다. 이곳에 거울이 없는 게 다행이다. 불규칙한 혀의 단면들 사이 그의 고통이 보였다. 그의 고통이 내릴 때 즈음 아이들은 경이와 본능 사이에서 웃는다. 마치 그의 고통이 약 섞인 성수인 마냥.
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그를 보지 않는다. 그가 희생양 게임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략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혼내신 아이를 어떻게든지 괴롭히는 놀이이다. 아이들은 그의 자기 혐오적이고 남에게 과하게 보이는 기대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그는 늘 아이들이 자신을 보지 않는 건 자신의 잘못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그를 보지도 않았다. 사람 취급은 있지도 않았다. 이 게임의 첫 유래는 주인이 자신이 혼낸 아이들을 괴롭히면 사탕을 주던 것이었다.
-호, ㅎㅎㅎ혹쉬, 시
-또 버벅 거렸어
그가 나의 눈을 보고 하려던 말을 누군가가 끊었다. 그 누군가는 주인이었다. 아이들이 그를 향하여 수군거렸다.
-해충 주제에 다른 아이들한테 말 거시게? 너만 왜 이러냐? 너만 그래, 너만!!!!
주인이 그의 머리를 발로 찼다. 늘 있는 일이다. 조금 더 강하게 찬 듯 하다. 그의 머리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주인이 듬성듬성 머리카락을 남겨 놓고 민 그의 머리카락은 그의 상처를 감추어 주지 못하였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붉게 달아오른 그의 두피가 있었다. 다들 알고 있다. 그의 머리가 그렇게 많이 맞고 차였는데 고울 수 없다는 걸. 그의 고통은 거대하다는 걸. 뭐, 그 하나 만의 일이다. 우리는 안전하다. 하지만, 주인의 답에 그가 눈물을 흘렸다. 그의 첫번째 눈물이다. 눈물은 참 이상하다. 피보다 연한 주제에 피보다 아프다. 눈물은 흘려도 힘들다. 그쳐도 힘들다. 누군가 위로해 주어도 힘들다. 무엇을 하여도 힘들다. 그저 순간적으로 꺼진 나락의 굴레에 갇혀 평생 우울해야 할 듯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흘린 첫 눈물은 곧 주인에게 저항으로 다가왔다.
-똑바로 말할 힘은 없으면서 울 힘은 있어?
나는 큰 소란 속에서 관중으로서 쾌락을 누리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누군가 나를 불러 나는 그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부른 이들은 주인이 속한, 그리고 우리 모두가 속한 조직의 고위 인물들이었다.
-혹시, 조나단 아니? 조나단이 이곳에서 폭력을 당했다고?
-네
-그래, 우리도 알아. 방관자들도 알겠지, 너희 말이야
-네
-그래서 우리는 이에 대하여 조사를 할 거야
-네
-조나단이 힘들다고 조나단이 저번에 우리가 올 때 하소연하였어
-네
-매번 맞았다더라, 밤마다 혀가 잘리고
-네
-얼마나 힘들었을까….
-네
-너는 네 만 답하니?
-아니요
-네, 아니요만 하는 입은 왜 얻었니? 현실조차 응시 못하는 저 눈을 왜 넣으려 하니?
(참고로, 불콰하다는 술기운이 오거나 혹은 혈기가 좋아 붉게 달아오른다는 뜻으로, 갈 수록 아이들의 폭력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나쁜 의미로 혈기 좋은 모습과 주인의 술 취한 듯 격해지는 분노로 내용이 점차 붉게 달아오르는 걸 의미한 겁니다. 본래 오타 같아 보여서 설명글을 댓글에 쓰려다가 차라리 글 내용에 쓰는 게 나을 듯 해서 편집으로 여기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