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5 13:06•조회 41•댓글 3•🐼
경고!
죽음 및 살인 묘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곳은 테라리안 아카데미.
각국의 귀족과 이능력자들이 모이는, ‘재능의 정점’이라 불리는 곳이다.
오늘, 교실에는 새로운 전학생이 찾아왔다.
새하얀 칠판 앞에 선 오컬트 교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자, 모두 주목. 오늘 신입생이 왔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조용히 교실로 들어왔다.
분홍빛이 도는 은발, 푸른 머리핀, 그리고 차가운 북풍처럼 고요한 눈동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작은 웅성거림이 퍼졌다.
툰드라가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북유럽에서 온 귀족, 툰드라 아나스타샤 코롤리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아한 발음과 정제된 태도.
그녀가 말 한마디를 끝낼 때마다 교실의 공기가 조금씩 얼어붙는 듯했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감탄과 질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수업이 끝난 뒤, 한 남학생이 툰드라에게 다가왔다.
그는 황금색 단추가 박힌 제복을 입고, 귀족다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네가 툰드라 아나스타샤 코롤리바… 이름이 아주 길군요.”
첫 번째 왕자, 다니엘 리컨트룰이었다.
툰드라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부드럽게 답했다.
“이름에 대해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단지 궁금했을 뿐이야. 북유럽 귀족들은 이름이 길다던데… 그보다, 너의 이능력은 무엇이지?”
툰드라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미세하게 흔들렸다.
“…비밀입니다.”
“비밀이 많은 모양이군.”
다니엘은 가볍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그래도 잘 부탁해, 툰드라.”
하지만 툰드라는 그 손을 바라보기만 하고 넘겼다.
“악수는… 사양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다니엘은 미안한 웃음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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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교실에서 나오는 툰드라의 머리 위로 갑자기 물이 쏟아졌다.
“아이고, 미안~ 실수했네?”
양동이를 들고 선 여학생, 알리자 비비안.
부유한 가문의 왕녀이자, 학원 내에서 꽤 유명한 말썽꾸러기였다.
툰드라는 적셔진 옷을 내려다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
비비안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들이미며 말했다.
“하? 지금 그 표정 뭐냐? 불만 있어?”
툰드라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닙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녀는 물이 떨어지는 어깨를 스윽 턴 뒤, 아주 낮게 속삭였다.
“오늘, 학원 뒤편으로 와주시죠. 꼭.”
비비안은 그 말에 비웃으며 뒤돌아섰다.
“뭐야, 싸우자는 거야? 그래, 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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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학원 뒤편의 작은 창고 근처.
비비안은 팔짱을 끼고 툰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흣! 고작 이런 데서 불러? 쓰레기답게 쓰레기장 한가운데 처박혀 있네?”
툰드라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비비안은 비웃으며 다가갔다.
“뭔데? 사과라도 받—”
그 순간—
툰드라의 손끝에서 얼음이 찌르르르— 하고 형체를 이루더니,
순식간에 얼음으로 된 칼이 튀어나와 비비안의 목에 꽂혔다.
“……?!”
피가 얼음 끝을 타고 조용히 흐른다.
비비안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공포에 떨리는 눈으로 툰드라를 바라봤다.
“크…크억… 헉… 너… 어떻게—”
툰드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몸을 잡아 고정시켰다.
“숙녀답지 못한 행동은 삼가달라 했을 텐데요.
그리고… 들어보니, 제가 오기 전부터 당신은 제게 불만을 품어왔다고 하더군요.”
비비안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점점 흐려진다.
툰드라는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합니다. 제가 오늘은 조금 바빠서요.”
그리고 얼음 칼이 단번에 그녀의 목을 잘랐다.
피가 눈처럼 하얀 바닥에 번지고,
툰드라는 재빠르게 시체를 얼려 조각냈다.
“……정리 끝.”
그녀의 눈빛은 한 치의 감정도 없었다.
왜냐하면—
툰드라는 이미 **120명을 얼려 죽인 북유럽 최악의 살인귀, ‘빙설의 살인귀’**였으므로.
그리고 이 학원에 온 진짜 이유도 단순한 전학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뢰’에 따라, 학살을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툰드라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교복을 털고 걸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여기서 사람이 죽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테라리안 아카데미에서
그녀의 조용한 학원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