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천사를 굳혀 만든 표본같았다. 사랑하게 돼.
그것을 병이라고 한다면, 나는 평생을 앓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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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하늘. 썩은 장미. 달빛을 가리는 안개. 고요한 테라스의 냉기. 말라붙은 피. 깨진 와인잔. 떨어진 샹들리에. 그 장식의 파편. 찰랑이는 커튼. 먼지 낀 스테인드글라스. 아득한 종소리. 구름의 일렁임.
신앙. 운명론. 구원. 피사체. 너.
거짓된 신은 말하였다.
죽어.
그러자 너는,
처음과 같은 미소는 그것을 담아낸 눈으로부터 신경으로 신경으로 신경으로 뇌를 거칠 여유는 없어서 신경으로 신경과 신경으로 온몸으로 퍼지고—사랑해—떨리는 숨 떨리는 숨 숨 숨 숨. 심장박동에서 올라오는 달콤함의 구토. 신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 또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열등이여.
눈 위를 적신 뜨겁고 붉은 피에서 백설 공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움과 후회와 사랑도 아닌 조각에서 신은, 나는, 비어버린 공간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끝내 너를 얻었다.
일방적 숭배의 리버스. 존재하지 않는 이데아를 향해.
정의가 눈을 가렸다면, 나는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너를 담았다. 진득하게 목을 조르는 흥분은 본질이 더럽더라도 밀어낼 자비는 없으니까. 욕심의 인간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실 뿐.
웃기잖아. 나는 지금까지도 인간이 미운데, 너를 사랑할 리가. 속삭임의 출발지도 한낱 인간의 마음이지만. 하지만 누구나가 그렇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회피와 허세, 그렇게 자각하게 된 날, 멈추지 않는 시계 속 모래와 그에 갈려 나가는 내가 참으로 웃겨서 자칭 신이 되어. 깨달음은 뱉어내도 목구멍으로 밀려 들어왔다.
미움이란 건 애정을 갈망하는 소리인걸, 안아줄 순 없어? 굳이 꺾지 말고.
날개를 자르며 회상했다. 상처를 가린 가죽을 벗겨내던 네 어리석음을. 맑고 깨끗하여 찬란하다 착각할 만큼의 확신을. 나를 부정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던 오류와 손을 적시는 온기는 몽롱하게 섞여서. 섞여서. 폐에 채웠다.
나는 내가 여태 솔직하지 못해서 너를 아끼지 못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말 거짓말을 못 해서 편식을 했던 것일지도. 지금은 말할 수 있는데. 사랑한다고. 그걸 들어줄 귀는 없겠지만, 평생 말하지 못한 것보단 닿지 못하는 쪽이 훨씬 로맨틱하니까. 우리가 언제부터 겉보기를 신경 썼나 싶긴 하지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정작 나는 하늘에게 용서를 구하는 방법을 모른다, 너는 내 자비를 바라왔겠지만, 아무튼 무언가에게 기도하는 법은 모른다. 기억을 더듬어 모양만을 따라하고.
…무얼 빌어야 좋지?
정적이 만드는 소음 속의 시간 이후 다시 너를 눈에 담았다.
이젠 인간이 아니게 되어서 너를 사랑하게 되었어. 유일하게 미워하던 생명력을 덜어낸 눈앞의 존재는 이상향의 거울. 과언이 아니도록 아름다운.
결론 같은 건 없지만, 가치를 묻는다면 그건 차라리 인간성으로 물든 달의 뒷면. 깨달았다면 무작정 믿어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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