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하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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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21:10조회 305댓글 18익애
기차는 어둠 속을 달렸다. 창밖 풍경은 밤의 장막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내 청춘도 그렇게 가려진 채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 같았다. 스무 살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내게 주어졌지만 빛나지 않았다. 차가운 유리창에 기댄 내 얼굴은 어느 소설 속 쓸쓸한 그림자 같았다.

간절히 원했던 그 꿈은 잡히지 않았다. 손끝을 뻗을수록 아득해지는 환상. 내가 그리던 길은 이미 오래전 사라진 풍경이었다. 열정을 쏟았던 시간들은 한낱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뜨겁던 심장은 식어갔고 포기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잔인하게 피어났다.

붉게 타오르던 꽃잎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듯 내 안의 빛나던 것들이 스러져갔다. 나는 그저 조용히 창문을 스치는 시간을 응시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지 알 수 없는 기차처럼 내 삶도 그렇게 덜컹거렸다.

가끔은 꿈을 꾸었다. 환하게 빛나던 미래를 상상하던 나. 하지만 그 모습은 이내 눈 녹듯 사라졌다. 모든 노력은 언젠가 헛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다. 떨어지는 꽃잎은 아프지 않을까.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걸까.

나는 꽃잎의 작은 날갯짓에 나를 투영했다. 이 어둡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는 시간을 따라.




✒ || 익애 || 지는 청춘의 꽃잎, 그 아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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