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달리는 기차역_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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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7 21:00조회 59댓글 2시원
[ 아이의 고민_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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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이는 기차에 탑승하고, 우리 둘은 나란히 빈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려오는 기차 안에서, 가볍게 내리앉은 고요함은 나의 목소리에 부딪혀 뿔뿔이 흩어졌다.

• 있잖아, 지훈아. 형은 네가 앞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일들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어. 세상에는 더 외롭고 힘든 일도 있거든. 그런 일들에 마음을 빼앗겨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몰라. 그런 상황을 마주했대도, 항상 네가 길을 잃지 않았으면 해.

아이는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비록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아이가 살아온 일곱 해 중에서 들어본 가장 어려운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옅은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 여러 갈래의 선택지가 있을 때, 처음에는 한 곳으로 가보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두 번째, 세 번째.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는 거지. 아직 너에게 시간은 많고, 권지훈의 기억은 단 한 번의 생만 가지고 살아가는 거니까. 오늘과 내일의 선택지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했으면 해.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결국 행복해졌거든. 그러니 앞으로 더 많은 일을 경험하고, 시도해 보는 거야.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종착역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아이의 꿈이 슬쩍 엿보였다. 여름날 오후 2시의 한가로운 하늘이 쨍한 푸른색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이가 놀던 동네 놀이터 앞 종착역에서 기차는 덜컹하는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나는 아이를 열린 문 앞에 데려다 주고서는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 지훈아, 형은 여기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저 옆에 횡단보도를 건너서, 엄마에게 있는 힘껏 뛰어가. 가서 누구보다 신나게 노는 거야. 할 수 있지?

아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뒷모습이 사라져갈 즈음 몸을 돌렸다. 괜스레 뒷목을 한 번 훑고서는, 잠시 흔들리는 기차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모두가 아이 같은 걱정만 하면 좋을 텐데'

분명 이룰 수 없는 헛된 생각일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괴씸한 탓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유에 치여서 쉽게 예민해진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살아갈 여유가 없어서' 가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의미 없는 생각을 물고 늘어지다 보면 어느새 꿈을 달리는 기차역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정신이 지쳐갔기 때문에 복잡해진 머릿속을 잠시 뒤로했다. 조금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곧장 숙직실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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